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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이냐 SNS냐”…카카오톡 친구목록 또 바뀐다 → 이용자 취향은 ‘예전 그대로’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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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을 여는 마음이 달라졌다. 예전엔 메시지를 확인하는 ‘연락 창구’였다면, 최근엔 피드와 영상, 알림으로 정신없이 붐비는 작은 SNS처럼 느껴졌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이용자들이 익숙했던 친구 목록이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오는 15일 업데이트를 통해 친구 목록을 기존처럼 세로로 쭉 내려보는 리스트형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최근 적용된 개편 이후 친구탭을 열면 친구 이름보다 먼저 피드형 게시물이 눈에 들어오면서 “카톡이 갑자기 SNS가 된 기분”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누가 새 글 올렸는지보다, 지금 나에게 온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대규모 개편이 반영된 25.8.0 버전 업데이트 이후 카카오톡의 평점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1점, 애플 앱스토어에서 2.2점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 인터페이스가 바뀌었을 때 느끼는 피로감과 거부감이 컸다는 의미다. 업데이트 직후 커뮤니티와 SNS에는 “친구를 찾기 힘들다”, “피드 때문에 목록이 지저분해졌다”는 경험담이 잇따랐다.

 

당시 카카오톡은 프로필 화면, 채팅방 목록, 오픈채팅, 친구 목록 전반을 한꺼번에 손보며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을 도입했다. 짧은 영상을 모아두는 숏폼 메뉴가 생기고, 프로필에는 사진과 영상을 게시물 형태로 올려 나만의 공간처럼 꾸밀 수 있는 기능이 붙었다. 친구 목록에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들어왔다. 친구가 새로 올린 게시물이 목록 상단에 가로로 정렬돼 보이면서, 일상적인 연락 창이 친구들의 ‘업데이트 보드’처럼 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연락 앱과 SNS의 경계 실험”이라고 읽는다.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려는 플랫폼의 전략이지만, 사람들의 일상 리듬과 꼭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디지털 트렌드 분석가는 “메신저의 본질은 여전히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즉각 소통하는 감각’에 있다며, 피드형 정보는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기본 기능을 가리는 순간 피로가 앞선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기자가 주변 직장인들에게 들어보니, 반응은 비슷한 결로 모였다. “SNS를 볼 땐 마음을 준비하고 앱을 연다. 그런데 카톡은 알림이 와서 무심코 열었을 뿐인데, 갑자기 숏폼과 피드가 눈에 들어오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업무 채팅이 섞여 있는 곳이라 더 단정했으면 좋겠다”며 “재미있는 기능도 좋지만, 메신저는 조용하게, 필요한 것만 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기능 자체는 좋아 보인다”면서도 “그래도 친구 목록만큼은 예전처럼 단순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다른 쪽에서는 “굳이 카카오톡까지 인스타그램을 따라갈 필요가 있냐”며, 각 앱이 맡아온 역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평점 하락과 롤백 요구는, 결국 이용자들이 ‘내 삶에서 이 앱은 어떤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카카오톡은 친구 목록을 리스트형으로 복원하는 동시에,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탭이나 메뉴에서 볼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향을 준비 중이다. 보고 싶을 때만 찾아가고, 기본 창은 다시 연락 위주로 단순하게 돌려놓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소셜 기능을 없애기보다는, 일상 사용 흐름과 충돌하지 않게 거리를 두려는 시도다.

 

연락 수단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이번 논쟁은 작지만 선명한 질문을 던진다. 늘 켜져 있는 메신저 안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연결되고, 어디쯤에서 멈추고 싶은가.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오는 15일 적용될 예정이다. 사용자는 다시 익숙한 친구 목록을 맞이하겠지만, 그 사이에 지나간 불편과 논쟁은 앱 하나를 대하는 우리의 기준이 얼마나 섬세해졌는지 보여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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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친구목록#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