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요건 손본다”…국회, 정기국회 마지막 날 법사 충돌 예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을 맞은 국회와 여야가 필리버스터 제도 손질을 둘러싸고 맞붙었다.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과 혐오·비방 현수막 규제 법안이 본회의 상정 여부에 따라 정국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는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합의 처리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포함해 민생·비쟁점 법안 70여건을 상정하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쟁점은 국회법과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재적 의원 5분의 1인 60명 이상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지연 장치인 필리버스터에 일정한 제동 장치를 두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쟁점인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은 혐오·비방성 표현을 담은 정당 현수막에 대한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선거를 앞두고 극단적 표현과 갈라치기 문구가 난립해 왔던 만큼,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해 온 사안이지만, 구체적인 규제 기준과 적용 범위를 두고서는 이견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두 법안을 국민 입틀막 법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폭주라며, 두 법안이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이미 천명했다. 여당은 무제한 토론을 활용해 처리 지연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필리버스터 요건을 제한하는 법안은 저지하겠다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에 따라 법안 상정 여부를 최종 조율할 여야 지도부의 물밑 협상이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는 본회의 직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이날 상정할 법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과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함께 올릴지, 혹은 쟁점 법안 처리를 임시국회로 미룰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정기국회 회기는 10일 자정 종료된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더라도 회기 종료 시점이 되면 본회의는 자동으로 산회된다. 이 경우 쟁점 법안은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로 넘어가 표결 절차를 다시 밟게 된다. 회기 종료가 사실상 필리버스터의 자연 종결 수단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다만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손보려는 여당과,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맞서는 야당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편 논의는 한동안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을 중심으로 처리를 이어가면서도, 필리버스터와 정치 현수막 규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