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 경제지표는 견고함 지속”…트럼프 관세정책 여파 딜레마→시장엔 시차 긴장감
이른 아침 뉴욕의 거리엔 맥도날드 매장의 문이 조금 이른 시간에 닫히고, 항만의 하역 크레인 아래엔 비워진 컨테이너가 바람을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공식 지표들은 여전히 굳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관세정책과 무역전쟁, 글로벌 긴장 고조의 그림자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지만, 시장은 때로 그 바람의 방향을 뒤늦게 읽는다.
냉정하게 통계를 들여다보면, 미국의 소비자 지출은 고요히 이어지고 있고, 실업률도 속절없이 오르지 않았다. 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하게 설비투자와 소모품 구매를 지속하며, 경제는 완연한 둔화 국면과는 거리가 있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물 현장 곳곳에서는 맥도날드 매출 감소, 로스앤젤레스 항만의 컨테이너선 입항량 급락, 프록터앤드갬블(P&G)의 가격 인상, 마텔의 제조기지 이전 등, 얼핏 미세한 균열이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이 경제지표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소비자 행동 변화가 공식 지표에 담기기까지 한 달 이상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시계는 라스베이거스 호텔 예약, 트럭과 철도 운송량, 관세와 관련한 세수 등 비표준적 선행신호에까지 넓게 열려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여전히 전통적 거시지표를 지켜보며 금리 정책을 모색하지만, 시장 시선에는 소규모 민간통계도 균등하게 담겨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에서 식당 예약률, 공연장 관객 수, 항공 검색대 통과 인원까지 주목하던 경험이 다시금 소환되곤 한다.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아노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뢰할 만한 공식 지표가 많지 않아 비전통적인 정보까지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관세 정책효과는 3월 1,400억 달러까지 불어난 무역적자 등 일부 수치에서 일찌감치 감지된다. 그러나 소비를 떠받치는 고소득층의 재정 여력, 기업이 비용상승을 가격에 전가하는 구조 등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여지도 남아 있다. 항공업계는 침체 국면을 먼저 토로하지만, 호텔 객실 점유율은 견고하다. 맥도날드, 치폴레 매출이 감소해도 피자헛, KFC, 타코벨 등은 되려 매출 성장세를 이어간다.
다음 주에는 미국 내 소비와 고용지표가 추가 발표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시장에 비치는 신호 속에서 작은 진동에도 긴장감 어린 눈길을 보내며 변화를 기다린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이 미묘한 시차의 미로에서, 세계는 여전히 워싱턴과 뉴욕의 속마음을 맥락 깊이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