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용 쇼크에 12월 금리 인하 ‘굳히기’…환율 약세 속 국내외 금값 엇갈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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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 지표 부진이 불러온 12월 금리 인하 기대와 그 여파로 인한 환율 하락이 맞물리며 12월 4일 국내외 금시장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가 금값을 떠받치는 반면, 국내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금 가격에 반영되며 조정 압력이 커지는 양상으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4일 국내 금 1돈 시세는 749,288원으로 마감했다. 전일 750,413원 대비 1,125원 떨어지며 0.1% 하락했고, 약보합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최근 1주일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2,738원, 0.4% 높은 수준으로 단기 조정인지 추세 전환인지 판단이 쉽지 않은 구간이다. 최근 30일 평균 대비로는 20,715원, 2.8% 오른 상태여서 중기 상승 흐름은 유지되고 있지만 1년 최고가 851,250원과 비교하면 12.0% 낮아 저가 매수세와 차익 실현 매물이 맞서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분석] 고용 충격에 12월 금리인하 '굳히기'…환율 하락에 엇갈린 국내외 금값(금값시세)
[분석] 고용 충격에 12월 금리인하 '굳히기'…환율 하락에 엇갈린 국내외 금값(금값시세)

국내 금값 하락의 핵심 배경으로는 국제 시세가 아닌 환율 요인이 지목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7원대로 전일보다 소폭 낮아졌다. 미국 고용 지표 악화가 달러화 약세를 촉발한 결과다. 통상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국제 금값은 상승 동력을 얻지만, 국내 투자자의 경우 환율 하락분이 원화 표시 금 가격에 반영되면서 국제 시세 상승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거나 오히려 하락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거시지표 변화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11월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3만 2,000명 감소해 1만 명 증가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소기업 부문에서만 12만 명이 줄어 미국 경기의 하부 구조에서부터 둔화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힘이 실렸고,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이 반영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89.1%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굳히기’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국제 금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집계에 따르면 4일 국제 금값은 온스당 4,210달러 선을 기록해 6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고용 둔화가 확인되며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이른바 피벗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정책 환경의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현금·채권 대신 금을 선호하는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값 흐름을 단기 등락이 아닌 구조적 수급 변화 관점에서 해석한다. 삼성금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혼조된 미국 경제 지표 속에서도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면서 국제 금값은 온스당 4,200달러 선 아래에서 저가 매수세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공식 금 보유량을 늘리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중기적인 가격 지지선도 상당히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물 시장의 흐름도 눈에 띈다. USA GOLD 자료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상하이 선물거래소 은 재고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귀금속 시장 전반에서 실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으로, 단순 투자 수요를 넘어선 구조적 공급 쇼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은 금값의 하방을 제한하고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을 유지시키는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많다. 미국 공급관리협회 ISM 서비스업 지표가 여전히 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등 경기 지표가 엇갈리며, 금리를 둘러싼 기대와 현실 간 간극이 변동성을 키울 여지가 남아 있어서다. 삼성금거래소는 기술적으로 온스당 4,250달러 부근이 단기 저항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원달러 환율이 1,460∼1,470원 박스권에서 오르내릴 경우 국내 금값 변동 폭이 국제 시세보다 더 커질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 국제 시세와 환율이라는 이중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미국 개인소비지출 PCE 가격지수와 같은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연준의 실제 금리 결정, 중앙은행 금 매입 추이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며 분할 매수와 분산 투자 중심의 보수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향후 금 시장 흐름은 미국 경기와 연준의 정책 경로, 환율 방향성 등 복합 요인에 좌우될 전망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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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값#국내금시세#원달러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