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내 도로 치사 사고 경보음”…기아 화성공장, 안전관리 실태→경찰 수사 촉각

최하윤 기자
입력

기아 오토랜드 화성3공장 사내 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마친 차량이 근로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해 제조업 현장의 교통·보행 안전 관리체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장 내부에서 완성 직후의 차량을 실제 도로 조건과 유사한 환경에서 점검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까지 포괄하는 안전 규율과 작업 동선 관리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운전자 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넘어, 사업장 전반의 교통 동선 설계와 안전 설비, 근로자 보호 지침이 법령 기준과 산업 현장의 실질 요구에 부합했는지 다각도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50대 남성 근로자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4일 오후 5시 35분께 화성시 우정읍 기아 오토랜드 화성3공장 사내 도로에서 타스만 차량을 운전하던 중, 공장 정문 인근을 보행 중이던 동료 근로자 B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제조를 마친 차량을 시험 주행한 뒤, 이를 직접 운전해 보관 장소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근로자 B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해, 평소 공장 내부에서 반복되던 차량 이동 절차가 한순간에 치명적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충격도 큰 상황으로 전해졌다.

사내 도로 치사 사고 경보음…기아 화성공장, 안전관리 실태→경찰 수사 촉각
사내 도로 치사 사고 경보음…기아 화성공장, 안전관리 실태→경찰 수사 촉각

경찰 조사에서 운전자 A씨는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술은 사내 도로의 구조, 조도, 차·보행 동선 분리 여부, 안전 표지와 경고 설비의 배치와 같은 물리적 환경 요소와 함께, 차량 이동과 보행 사이의 교차 지점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검증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완성차 공장은 차량이 공정 사이를 오가고, 시험 주행과 검차, 출고 대기 등을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는 특성을 갖는 만큼, 도로교통법 체계와 별개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 내 교통 안전을 위한 세부 수칙과 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충실히 작동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단순한 전방주시 태만 여부를 넘어, 사고 지점에서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충분했는지, 보행자를 사전에 인식할 수 있는 구조적·제도적 장치가 존재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내 도로 제한속도 지정과 실제 준수 여부,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 분리 또는 차단 설비, 경광등과 경고 방송, 표지판 등을 포함한 안전 설비가 법적 기준에 부합했는지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시험 주행을 포함한 완성차 이동 업무를 맡는 근로자에 대한 정기 안전교육, 운전 적성 검증, 피로도 관리 등 인적 요인에 대한 관리 체계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는 대규모 공장이 곧 하나의 거대한 도로망처럼 기능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공장 내 교통 안전이 곧 산업 안전의 핵심 축으로 간주된다. 특히 전동화·자동화 설비가 확대되면서 완성차 이동 공정을 부분적으로 자율주행 카트나 자동 운반 설비로 전환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상당수 사업장에서 사람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시험·이송을 수행하는 현실이다.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사내 도로 사고가 반복될수록,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차와 사람을 엄격히 분리하는 도시계획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며, 위험 구간에 대한 고정식·이동식 감시 장비와 비접촉 감지 센서 등 첨단 기술의 도입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아 측의 구체적인 입장과 재발 방지 대책은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형 제조업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외부의 엄정한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이번 사건 역시 경영 책임자의 안전 리더십과 조직 문화 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사내 도로 사고가 통계상 외부 도로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근로자 생명과 직결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 전반에 걸쳐 사내 교통 안전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제조업 전반의 안전 패러다임이 설비 중심에서 이동·동선 중심으로 확장될지 여부에 자동차 산업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하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기아오토랜드화성3공장#기아#타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