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천만원에 불법 저지르겠나"…오세훈 측, 명태균 여론조사 기소 특검 정면 반박

신도현 기자
입력

정치권을 뒤흔든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을 둘러싸고 오세훈 서울시장 측과 민중기 특별검사가 정면으로 맞섰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불구속기소된 것을 두고 "사기 피해자가 기소된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세훈 시장 측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 시장이 공소장을 받아보고 '명씨의 주장만 담느라 내용이 정교하지 않다'며 '나는 오히려 사기 사건의 피해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민중기 특별검사는 지난 1일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을 어겼다며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민중기 특별검사 측은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을 앞두고 나경원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경쟁하던 2021년 1∼2월 명태균씨에게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이 비용 3천300만원을 사업가 김한정씨가 대신 내도록 한 행위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누구든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애초부터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 등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타인이 대신 납부하게 시켜서 정치자금법을 어겨야 할 이유나 동기가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 장기간 변호사로 활동한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의 법적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3천300만원을 제3자에게 대납시킬 만큼 금전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오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 당선 직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48억7천900만원이었다. 또 당시 선거 뒤 남은 선거비용 약 7억3천만원을 국민의힘에 기부한 사실도 강조했다. 관계자는 "선거비용 한도에도 여유가 있어 선관위에 등록된 정식 여론조사 기관에 합법적인 조사를 의뢰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럴 여건이 충분했는데 굳이 제3자에게 대납을 시킬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명씨가 진행했다고 주장한 여론조사는 모두 700건의 실제 조사에 2천건의 허위 응답을 더하는 방식으로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선거캠프에서 명씨의 출입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2021년 1월 20일 광진구 한 식당에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함께 만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이후 상황은 특검 주장과 다르다고 했다.

 

관계자는 "명씨가 보낸 여론조사 결과를 강 전 부시장이 검토한 뒤 조작 정황이 명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때부터 캠프 차원에서 명씨의 접근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명씨는 강 전 부시장에게 면박을 당한 뒤 실제로 캠프에 접근하지 못했고, 이후 가짜 여론조사 자료를 여의도연구원 등 다른 곳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에 대한 형사 조치를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관계자는 "오 시장은 명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는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고소인이 기소당한 꼴"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사기 피해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오 시장은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의견서에서 "명씨가 작년 11월 구속된 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외부 정치세력과 접촉을 거치며 진술이 180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모종의 의도를 가진 허위진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사안과 무관한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명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국민의힘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2024년 9월 불거진 뒤, 자신의 혐의를 줄이기 위한 대응 과정에서 오 시장을 끌어들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검 기소로 사건이 법정 공방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다. 오 시장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 왔고, 국민의힘 내부 세력 구도와도 맞물려 있어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보수 진영 재편 구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반면 야권에서는 여론조사 조작과 정치자금 대납 의혹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장 측은 향후 재판에서 명씨와 특검 측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추가로 제시하며 법적 대응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정치권은 여론조사 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 격렬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으며, 국회는 수사 및 재판 경과를 지켜보면서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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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명태균#민중기특별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