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물가 여전히 2% 넘지만 둔화 조짐 유지”…미국, 9월 PCE 상승 속 12월 금리인하 기대 지속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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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5일, 미국(USA) 워싱턴D.C.에서 발표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가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대체로 예상 범위에 머물며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

 

미 상무부는 9월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4년 3월 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9%를 소폭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상무부는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4월 2.3% 이후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9월 PCE 물가 2.8%↑…1년 6개월 만에 최고에도 12월 금리인하 기대 유지
미국 9월 PCE 물가 2.8%↑…1년 6개월 만에 최고에도 12월 금리인하 기대 유지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같은 기간 2.8% 상승해 연준 목표치 2%를 웃돌았다. 근원 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전문가 예상과 부합했다. 시장에서는 headline과 근원 모두 중기적으로 완만한 재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와 소득 측면에서는 온도차가 나타났다.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명목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3% 늘어 시장 전망치 0.4%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명목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예상치 0.3%를 상회했다. 소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소득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미 가계의 실질 구매력과 향후 수요 압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품목 구성이 넓고 가계 소비 패턴 변화를 더 잘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준은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CPI보다 PCE 가격지수를 더 중요한 준거로 사용해 왔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PCE 발표는 매달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을 끌어왔다.

 

이번 9월 PCE 지표 공개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일부 기능 정지 여파로 한 달 넘게 지연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뒤늦게 공개된 지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해주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되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달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 고용 지표가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완화론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동결론이 맞서는 양상이다. 물가가 목표치 2%를 여전히 웃도는 상황에서, 연준이 어느 쪽 리스크를 더 중시할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소 완화적인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10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3.75∼4.00%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이날 오전 기준 87%로 반영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목표를 상회하지만, 고용 둔화와 경기 위축 위험을 앞세워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이 선물가격에 반영된 셈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PCE 지표를 두고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고수할 정도로 가속화된 것도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가 다시 3% 선에 근접하는 흐름을 보일 경우 추가 인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당장 12월 회의에서는 경기 리스크를 우선 고려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선택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각국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국의 조기 완화 전환은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고,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 환경을 넓혀줄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의 선제적 인하는 향후 물가 관리 신뢰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사이 줄타기를 이어가는 연준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의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9월 PCE 지표 이후 열릴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내놓을 신호와 그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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