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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디지털 자산화”…뮤직카우, 리메이크 열풍 타고 투자 확대 주목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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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저작권을 디지털 자산으로 쪼개 거래하는 음악투자 플랫폼이 리메이크 열풍과 맞물리며 새로운 핀테크 투자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 수익 일부를 ‘음악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하고, 플랫폼은 이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수익성과 변동성을 제시하는 구조다. IT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안에서 콘텐츠 IP가 금융상품으로 편입되면서, 음악 산업과 금융·핀테크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 제도화와 맞물려 디지털 자산형 콘텐츠 금융이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 분기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뮤직카우는 2025년 11월 30일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올해 저작권료 상승 상위 종목을 공개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저작권료 상승률 1위는 박혜경의 빨간운동화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곡은 아이유가 리메이크 곡을 발표한 영향을 타고 전년 동기 대비 저작권료가 약 30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발매된 음원이 리메이크나 방송·플랫폼 노출을 계기로 저작권료 수익 흐름이 급변한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 사례다.

2위는 조째즈의 리메이크로 다시 주목받은 다비치 모르시나요, 3위는 포미닛 살만찌고가 차지했다. 세 곡 모두 발매 후 시간이 상당히 지난 라이브러리 음원에 속하지만, 최근 리메이크와 재조명 흐름에 힘입어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스트리밍과 저작권료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뮤직카우 측은 이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과거 카탈로그 IP도 디지털 투자 자산으로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다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저작권료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빨간운동화와 상위권에 오른 모르시나요는 2025년 기준 거래 가격 상승률 측면에서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료라는 기초 수익 데이터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음악수익증권 가격 역시 플랫폼 내 2차 거래 시장에서 재평가된 구조다.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저작권 수익 데이터, 거래량, 검색량 등이 실시간에 가까운 형태로 축적되면서, 과거에는 정량화하기 어려웠던 음악 IP 가치 변동이 특정 수치로 가시화되고 있다.

 

뮤직카우 투자자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검색한 아티스트 상위권도 리메이크와 장기 IP 가치 흐름을 반영한다. 검색 상위 3인은 아이유, 빅뱅, 휘성 순으로 나타났다. 세 아티스트 모두 과거 히트곡 IP 풀을 넉넉히 보유하고 있고, 리메이크·리마스터·공연 재편집 등 2차·3차 활용 가능성이 큰 편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어떤 IP를 우선 상장하고, 어떤 곡에 대해 수익 예측 모델을 정교화할지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몇 년째 이어지는 리메이크 열풍을 배경으로 과거 명곡들이 다시 대중과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매된 지 20년에서 30년이 지난 곡들이 리메이크 발표를 계기로 스트리밍과 저작권료 흐름을 다시 키우고 있어, 전통적인 음원 유통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비가시적이었던 ‘롱테일 IP 가치’가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플랫폼은 이 같은 흐름을 조각투자 제도화 논의와 연계해, 음악 IP가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장기적 자산이 되는 시장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뮤직카우 플랫폼의 핵심 상품인 음악수익증권은 기초가 되는 저작권 IP에서 발생한 과거 수익과 운용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자가 수익 배분을 받는 구조다. 기존 저작권료 정산 시스템이 권리자 중심의 폐쇄형 구조였다면, 플랫폼은 이를 금융 규격에 맞춰 증권 형태로 전환해 디지털 거래소에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IT 인프라, 데이터 분석, 핀테크 결제 시스템 등이 결합되며,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금융이 융합된 형태의 새로운 B2C 금융 서비스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금융상품 구조를 취하는 만큼 리스크도 공존한다. 뮤직카우는 과거 저작권료 수익과 운용 실적이 향후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알리고 있다. 음악수익증권 가격은 리메이크 발표, 방송·플랫폼 노출, 가수 활동 재개나 중단, 이용자 취향 변화, 경쟁 IP 등장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가격 변동에 따라 원금 손실이 0에서 100퍼센트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손실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디지털 인터페이스 상에서는 간편해 보이지만 금융상품 특성과 규제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조각투자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음악수익증권과 같은 디지털 자산형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 체계 정립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장치, 공시 의무, 수익 구조 투명성, 내부통제 기준 등 제도권 편입 요건을 정교화하는 중이다. IT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시장 규제와 디지털 서비스 규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고도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음악과 금융의 결합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해외에서는 대형 음원 IP를 담보로 한 펀드 상품, 저작권 수익 유동화 증권, 스트리밍 데이터 기반 로열티 파생상품 등 다양한 형태가 시도되고 있다. 국내 음악수익증권 모델이 제도화 과정을 거치며 안정적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을 경우, 향후 해외 자본과의 협업이나 IP 공동 운용 구조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음악 투자 플랫폼이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수익원, 팬에게는 참여형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금융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저작권 법제, 데이터 투명성 등을 둘러싼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제도 설계와 시장 자율 규범이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음악 저작권 투자라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 시장이 실제로 대중적 투자 수단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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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카우#박혜경#아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