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연내 가시적 성과 약속받았다"…홈플러스 노조 지도부, 27일 만에 단식 중단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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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을 둘러싼 갈등과 대통령실, 제1야당의 대응이 맞물렸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장기 단식에 들어갔던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도부가 여야와 대통령실의 개입 약속을 근거로 단식을 멈추기로 하면서 정치권 행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홈플러스지부 지도부 3명은 4일 단식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8일 시작된 단식이 끝난 시점까지 27일째였다. 특히 이들은 1일부터는 물과 소금 섭취까지 끊어 건강 우려가 커졌고, 전날 지도부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에서 정치권 접촉이 긴박하게 이뤄졌다.

이날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부승찬 대변인, 당 홈플러스 태스크포스 단장인 유동수 의원 등이 서울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지도부를 찾았다. 정 대표는 면담에서 "정부와 협력해 홈플러스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며 "연내 가시적인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야당 대표가 구체적인 시한을 언급하며 정부와의 공조를 약속한 대목이라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오후에는 대통령실도 움직였다.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과 배진교 비서관이 안수용 지부장과 손상희 수석부지부장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면담을 진행했다.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야당이 제시한 방안을 언급하며 협력 의사를 표한 셈이다.

 

마트노조는 면담 직후 성명을 통해 지도부 단식 중단 결정을 공식화했다. 노조는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한 분명하고 힘 있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판단하며 그 입장과 의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며 정치권이 전달한 약속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다만 단식 중단이 투쟁 종료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앞서 홈플러스지부 지도부 3명은 사측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를 중단시키고,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있는 경영을 요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지지부진한 교섭과 사측 입장 변화가 없다는 판단 아래 12월 1일부터는 물과 소금까지 끊는 고강도 단식으로 수위를 높였고, 이에 따라 건강 악화로 2명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상황이 악화돼 왔다.

 

노조는 단식 해제와 별개로 대정부 압박은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투쟁보고대회를 열고 "정상화가 온전히 실현될 때까지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MBK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홈플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대주주 책임 문제를 지목했다.

 

정치권 개입으로 단식 사태는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향후 협상 과정과 정책 조치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약속한 연내 가시적 성과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노사 갈등은 재점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치권은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유통·서비스 노동 현안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고, 국회는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 요구를 점검하며 후속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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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노조#정청래#전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