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피임엔 세금, 결혼엔 면세”…중국(China), 인구절벽 속 생식 개입 논란 확산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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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월 1일, 중국(China) 정부가 극심한 인구 감소에 대응한다며 피임기구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결혼·육아 서비스에 면세 혜택을 주는 새로운 조세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출산을 유도하려는 의도지만, 공중보건 악화와 개인의 생식 선택권 침해 우려가 맞물리며 국제사회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강도 높은 산아제한을 시행했던 중국이 이제는 정반대 방향으로 개입 수위를 높이는 흐름 속에서 정책 신뢰도와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액시오스(Axios)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25년 12월 31일 발표를 통해 현지시각 기준 1월 1일부로 콘돔과 피임약 등 피임기구에 13%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반면 보육 및 결혼 관련 서비스, 노인 돌봄 서비스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했다. 그동안 피임기구는 1994년부터 약 30년간 면세 대상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세제 혜택이 전면 폐지됐다. 베이징 당국은 산아제한 기조를 완전히 접고 출산 장려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점을 세제 개편을 통해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 중국 정부가 인구 반등을 위해 피임기구 과세 카드를 꺼내 들자, 현지 여론이 실효성 의문과 반발로 들끓는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톱스타뉴스)
▲ 중국 정부가 인구 반등을 위해 피임기구 과세 카드를 꺼내 들자, 현지 여론이 실효성 의문과 반발로 들끓는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톱스타뉴스)

중국의 인구 지표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출생아 수는 약 954만 명에 그치며 3년 연속 인구 감소가 이어졌다. 2019년 약 1,470만 명에 달하던 출생아 수가 5년 만에 크게 줄어든 셈이다. 2023년 기준으로는 이미 인도(India)에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자리를 내줬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고령화 심화와 성장 둔화에 대응하려고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는 각종 인센티브와 압박성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피임기구에 대한 과세 강화 조치는 공중보건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피임 비용이 오르면 콘돔 접근성이 떨어져 성병 확산과 원치 않는 임신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매독 감염자는 67만 명, 임질 감염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더불어 2014년부터 2021년 사이 연간 900만~1,000만 건의 낙태가 이뤄졌을 정도로 낙태율이 높은 국가여서, 피임 수단에 장벽이 생기면 사회적·보건적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현지 민심도 싸늘하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콘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 농담이 돌고, “양육비에 비하면 피임 비용은 새 발의 피”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BBC와 인터뷰한 한 시민은 “지하철 요금이 조금 오른다고 일상이 바뀌지 않듯, 피임기구 가격 인상이 가족 계획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 효과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주거·교육비 부담, 불안정한 일자리, 젠더 불평등 등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세금 조정만으로 인구 구조를 되돌리려는 접근이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비판적이다. 미국(USA)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이 푸시엔(Yi Fuxian) 선임 과학자는 “높은 콘돔 가격이 출산 결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과도한 기대”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에 기반을 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헨리에타 레빈(Henrietta Levin) 연구원은 이번 조치를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베이징의 상징적인 시도”라고 표현하면서도, 지방 정부 재정에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의 부가가치세 수입은 지난해 기준 약 1조 달러로 전체 세수의 40%를 차지해 왔다. 이런 가운데 결혼·육아·돌봄 서비스에 대한 면세 확대는 출산 인센티브인 동시에 지방 재정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정책 운용의 딜레마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제 언론도 이번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중국이 과거 일가구일자녀 정책과 같은 강력한 산아제한에서 출산 장려로 급선회했지만, 여전히 국가가 개인의 삶 깊숙한 영역까지 개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중국 내 여론을 인용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구조적 지원이 아니라, 피임을 어렵게 만드는 조세 정책이 먼저 나온 것에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과거 산아제한 과정에서 강제 낙태와 벌금 부과를 경험했던 중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다시 한번 생식 영역을 통제하려 한다는 경계심도 강하게 표출된다. 일부 지방에서는 이미 여성의 생리 주기와 임신 계획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행정 시도가 보고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겹친다. 레빈 연구원은 “공산당이 모든 결정에 개입하려다 오히려 스스로의 적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거·복지·노동시장과 맞물린 장기 과제인 만큼 세금과 보조금 중심의 단기 처방만으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가치관 변화가 이미 자리잡은 상황에서, 피임기구 과세 같은 상징적 조치가 혼인율과 출생률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인구·복지·재정 정책을 조정해 나갈지, 그리고 이번 조치가 실제 출산율 변화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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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콘돔세#저출산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