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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 인상률 논란”…의협, 물가 단순 비교는 오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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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 인상률 논란”…의협, 물가 단순 비교는 오해 부른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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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수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제기되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의료수가 인상률이 물가 수준의 3.6배라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의료수가와 물가는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항목"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진료비 산정 체계와 건강보험 재정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고령화 심화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가치와 수가 현실화 필요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의협은 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소비자물가와 수가 인상률 비교는 통계적 오류"라며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 재화의 평균 가격 변동을 주로 반영하나, 의료 서비스는 전체 소비지출 내에서 매우 낮은 비중만 포함된다. 반면, 의료 수가는 인건비·고가 장비 유지비·의료소모품 등 전문인력 및 자본집약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에, 노동비용의 상승과 의료 장비 및 신기술 도입에 따라 구조적으로 인상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의료 인건비는 국내외적으로도 빠르게 상승하는 대표적 비용 항목으로, 단순 소비재와 같은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산정하기 어렵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가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이 국민소득 증가율의 2.1배, 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의 3.6배"에 달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급격히 상승하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진료수가(가격) 인상과 연결시키려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진료비 증가는 수가 인상보다 진료량, 즉 사용량 자체가 늘어난 데 그 원인이 있다"며,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 구조적 의료 수요 팽창이 핵심이라고 맞섰다. 실제로 OECD 주요국 대비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압도적이며, 진료비 증가와 수가 인상·의료서비스 질 보장 사이의 균형 논의가 글로벌 주요 보건국가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수가 산정과정에는 의료행위 난이도, 소요 시간, 위험도 등 산업 특유의 전문성·고위험 구조가 반영된다. 의협은 "수가 인상 없이 필수의료 붕괴 위험이 가속화될 수 있고, 현재의 인상은 정상화 과정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정부 역시 주요 임상과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 수가 체계가 여전히 존재함을 인정해왔다. 의료계는 "독일·일본 등 선진국도 고령화에 따른 보장성 확대가 진료비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책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원의 지속 가능성과, 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인센티브 재설정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수가 체계 전체를 단순 물가와 연결짓기보다는, 데이터 기반 투자비용 및 인력 구조, 고령화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 개편 요구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질적 쟁점은 수가 인상 속도보다 의료서비스 접근성, 환자 안전, 보장성 지속 구조에 어떻게 예산과 정책이 대응할 것이냐"라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의료수가 체계 개편 논의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건강보험 체계의 경제·기술적 기반과 함께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보장성과 재정 사이의 균형이 새롭게 주목받는 국면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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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건강보험진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