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용 데이팅앱”…데이트어빌리티, 결혼까지 잇는 포용 플랫폼 부상
장애인과 만성질환자를 위한 특화 데이팅앱이 단순한 연애를 넘어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를 만들며 주목받고 있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에서 연애와 결혼 시장도 알고리즘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장애인의 연애를 둘러싼 차별과 편견을 정면으로 겨냥한 서비스가 글로벌 IT·바이오 융합 영역의 새로운 니치 시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빅테크 중심으로 획일화된 기존 데이팅 플랫폼 구조에 균열을 내는 ‘포용 설계 경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호주 ABC 뉴스 등 외신은 최근 장애인 특화 데이팅앱 데이트어빌리티를 집중 조명했다. 2022년 출시된 이 앱은 첫 달 1000명 수준이던 가입자가 지난 1년간 10배로 늘며, 현재까지 약 4만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트어빌리티는 자사 소개에서 장애인과 만성질환자가 기존 데이팅앱에서 겪어온 차별을 문제의식으로 내세운다. 운영진은 다른 서비스에서 이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매칭 단계에서 배제되거나, 대화 도중 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하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안전하고 포용적인 디지털 공간을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앱을 통해 실제 결혼까지 이어진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미주리주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카시 라폰은 만성질환 탓에 오랫동안 연애를 어렵게 느껴왔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또래를 만나기 힘들었고, 일반 데이팅앱을 이용해 종종 데이트에 나섰지만 관계는 늘 애매하게 끝났다.
카시 라폰은 그 이유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꼽는다. 그는 유전성 결합조직 질환의 하나인 엘러스 단로스 증후군을 포함해 여러 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 기존 데이팅앱에서 매칭된 이들은 그의 질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지 못하거나, 보호자처럼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런 시선과 역할 관계를 단호히 거부해왔다.
상황은 데이트어빌리티를 통해 바뀌었다. 뇌성마비를 가진 콜린 라폰을 만나면서다. 콜린 역시 장애로 인해 연애 과정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온 경험을 공유했고, 두 사람은 서로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교제를 이어갔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9월 결혼에 골인했다.
콜린 라폰은 누구나 운명의 상대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은 팔다리를 완전히 쓰지 못하고, 일상적인 행동 하나에도 추가적인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연애에서 이런 신체적 조건이 실제 관계 형성의 큰 장벽이 됐다고 털어놨다. 데이트어빌리티를 매개로 한 만남은 그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라폰 부부의 사례는 데이트어빌리티를 만든 차일드 자매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창립자 재클린 차일드는 스스로도 장애를 갖고 있으며, 주류 데이팅앱에서 수개월간 연락이 끊기거나 반복적으로 거절당한 경험이 앱 개발의 출발점이 됐다.
재클린 차일드는 온라인에서 장애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상대의 반응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상대가 자신의 삶이 어떤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삶 전체를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태도를 자주 마주했다. 그가 원한 것은 그저 자신도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또래들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동등한 만남의 장이었다고 강조한다.
데이트어빌리티는 비장애인도 가입과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장애나 만성질환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fetich처럼 다루는 이용자는 최대한 걸러낸다고 운영진은 설명한다. 알고리즘과 운영 정책 차원에서 이용자 신고, 프로필 내용, 대화 패턴 등을 기준으로 위험 계정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라폰 부부 외에도 많은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후기를 남기고 있다. 기존 데이팅 플랫폼에서는 프로필 단계부터 장애를 숨기거나 축소해 적어야 했던 것과 달리, 이 앱에서는 자신의 질환명과 생활 방식, 필요한 지원을 솔직하게 공유해도 관계 형성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특화 데이팅앱이 단순한 틈새 서비스가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와 소셜 플랫폼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만성질환·정신질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앱들이 글로벌에서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려, 건강 데이터를 존중하는 알고리즘과 포용적 사용자 경험 설계가 향후 연애·결혼 플랫폼 전반의 경쟁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 같은 시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하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