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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봄 다시 오길"…김민석 총리, 김대중 노벨평화상 25주년 강조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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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구상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5주년을 계기로 남북 대화 재개와 평화 공존을 재차 강조했고,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평화 프로세스의 경험을 공유하며 공존의 가치를 환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서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5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 다시 한번 평화의 봄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 경색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갖는 의미를 되짚으며 정부의 평화 구상을 함께 제시했다.

김 총리는 "남북이 대화와 교류를 재개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남북 간 소통 복원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수상은) 한평생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세계의 상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은 '김대중 정신'을 이루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근간으로 선진 민주 국가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과 인권 신장,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을 통해 쌓아온 정치적 유산을 오늘의 국가 정체성과 연결한 셈이다.

 

김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도 상기시켰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평화 없이는 정치적 안정도, 경제적 번영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한 뒤 "남북 정상이 만나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뜻을 같이했던 역사와 정신을 이어받아 북측도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경험을 언급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총리는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마음으로부터 깊이 나오는 이재명 대통령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오늘 행사에 대한 축하를 대신 전해 드린다"고 소개한 뒤 "앞으로도 김 전 대통령의 철학과 시대정신, 민족애를 배우면서 나아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뜻을 대독하는 방식으로 여권의 대북 정책과 민주주의 가치 계승 의지를 동시에 부각한 대목이다.

 

기념강연 연사로 나선 미셸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자국의 평화 경험을 예로 들며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을 설명했다. 윈트럽 대사는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 이른바 굿 프라이데이 협정을 거론하며 "평화 구축과정에는 확실한 결승선이 없다"고 말했다. 평화가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지속적 관리와 타협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는 "협정의 문구는 '전략적 모호성'의 승리라고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그 문구에 스스로를 이입할 수 있었고, 타협이 가능했다. 타협의 결과는 바로 폭력의 중단으로 이어졌고, 공동의 미래로 나아가는 토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해당사자 모두가 수용 가능한 절충과 모호성이 폭력 중단과 정치적 전환의 실질적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윈트럽 대사는 통일과 평화 프로세스의 요건도 제시했다. 그는 "통일을 향한 어떤 노력도 철저한 준비, 존중을 바탕으로 한 논의, 경청, 그리고 타협의 정신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평화로운 공존이 충분히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한반도에서도 평화 공존 자체를 현실적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이날 행사에는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손병두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이사장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민주화 세대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총리의 발언을 두고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도 평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동시에 국제 사회의 평화 경험을 참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향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 전략을 재정비하고, 남북 간 대화 재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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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국무총리#김대중전대통령#미셸윈트럽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