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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방위는 한국이 주도”…한미, 핵 포함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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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을 둘러싼 방위 전략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다시 맞붙었다. 확장억제 실행력을 두고 오랜 논쟁이 이어져 온 가운데,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가 열리면서 동맹의 대북 억제 구상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국방부는 11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 NCG 제5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0일 제4차 회의 이후 11개월 만이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을 통해 공식 출범한 NCG는 북핵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 강화와 핵 운용 관련 한국 측 의견 반영을 목표로 하는 양자 협의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미국 측에서 로버트 수퍼 국방부 핵억제·화생방 정책 및 프로그램 수석부차관보대행이 대표로 참석했다. 양측은 회의 직후 공동언론설명을 통해 한반도 방위와 확장억제 운용 원칙을 재정리했다.  

 

공동언론설명에 따르면 김홍철 실장은 회의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부각했다. 그는 한국이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 연합방위 체제 속에서도 재래식 전력 운용과 최전선 방어는 한국군이 중심에 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 실장은 NCG를 통한 한미 간 긴밀한 전략 조율 필요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속에서 재래식 전력과 핵 억제를 결합한 포괄적 대응이 요구되는 만큼, 협의체를 토대로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다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 측은 핵우산 공약을 거듭 확인했다. 수퍼 수석부차관보대행 대행은 공동언론설명을 통해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여기에는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자산 운용뿐 아니라 미 본토 및 역내 전력의 단계적 투입 체계 전반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워싱턴 선언의 구속력과 확장억제 약속이 유지되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박 전례를 감안할 때, 동맹 내 안보 공약 재확인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간 확장억제 논의의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여권은 워싱턴 선언과 NCG 가동이 한미 동맹의 신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해 온 반면, 야권은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실질적 억제력과 위기 시 공동 대응 절차가 충분한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 선언 이후 열 다섯 달여 만에 이뤄진 이번 회의는 향후 한미 국방장관 회담, 안보협의회의 등 고위급 협의에서 북핵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국방부와 미국 국방부는 앞으로도 NCG를 정례 가동하며 확장억제 운용 원칙과 한반도 재래식 방위 역할 분담을 세부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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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핵협의그룹#김홍철#로버트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