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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모전 연 리디, 사내 AX팀 신설로 일하는 방식 전환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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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콘텐츠 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핵심 도구로 떠오르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내부 구성원의 AI 활용 역량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빨라지고 있다. 리디가 사내 공모전 형태의 실험과 전담 조직 신설을 결합한 AI 내재화 전략을 꺼내 들면서, 국내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업무 자동화와 창작 지원 경쟁에도 속도가 붙는 흐름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AI 활용 수준이 개별 조직을 넘어 기업 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가르는 분기점 중 하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리디는 최근 임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 AI 공모전인 하이 AI 콘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콘테스트는 리디가 매년 열어 온 데모위크의 실험 정신을 계승해 개발 직군과 비개발 직군 구분 없이 전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구성원 각자가 실무에서 직접 활용해 보고 싶은 AI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모전의 핵심 주제는 AI와 일하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부서와 업무 특성에 맞춰 AI가 실제로 어떤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는지, 콘텐츠 기획이나 검수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보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단순 아이디어 제안에 그치지 않고 개발센터와 협업해 일부 제안은 실제 기능 형태로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을 함께 검증해, 실험 결과가 실제 서비스 또는 사내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콘텐츠 플랫폼 기업에서의 AI 활용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나 검색 정확도 향상 같은 백엔드 기술뿐 아니라, 원고 편집 보조, 표지 디자인 초안 생성, 고객 응대 자동화 등 프런트 업무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리디가 직군 제한 없이 공모전을 연 것도 개발 인력만이 아니라 편집, 마케팅, 운영, 고객 지원 등 다양한 조직이 체감하는 문제를 AI로 풀어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 나온 요구를 기반으로 기능을 설계할수록, 도입 후 생산성 향상이 크다는 판단이 반영된 행보다.

 

리디는 이번 콘테스트를 계기로 AI 활용을 전사 차원에서 확산하기 위한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회사는 AI 전략을 전담하는 AX팀을 신설하고, 임직원 대상 교육과 다양한 AI 실험 환경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X라는 명칭에는 AI 도입을 개별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전반의 업무 전환으로 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제너레이티브 AI 플랫폼을 사내 표준 툴로 지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코드 작성, 문서 작성, 분석 업무를 재편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국내외 디지털 콘텐츠와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한 업무 전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대형 플랫폼과 출판, 영상 제작사들이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형 AI를 편집, 로컬라이징, 번역, 저작권 검수 보조 등에 접목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사내 챗봇, 코드 보조 도구, 번역 엔진을 결합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상품 기획과 마케팅 카피 작성 등 창의형 업무를 지원하는 시도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리디의 공모전과 AX팀 추진도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조직 차원의 대응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콘텐츠 산업에서의 AI 활용은 저작권 문제와 데이터 품질 이슈 등 규제와 윤리 논쟁을 동반한다.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 콘텐츠에 대한 보상 구조, AI가 생성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저작권 귀속, 독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투명한 안내 등은 향후 플랫폼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와 창작자 보호, 이용자 권리 보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디는 이번 콘테스트를 통해 현업에서 곧바로 활용 가능한 AI 활용 사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반복 업무를 줄이고 구성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계에서는 리디의 시도가 실제 업무 혁신과 서비스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가운데, AI 전환을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추진할지가 향후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경쟁 구도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과 조직 문화, 제도적 논의를 함께 끌고 가는 기업만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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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hi#aicont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