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온 설명회 확대”…식약처, 마스크 규제 안내로 업계 지원
보건용 마스크 규제가 현장 맞춤형 지원 체계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업체 밀집 지역을 직접 찾아가 허가와 품질관리 기준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중소·벤처 기업에 부담이 컸던 의약외품 인허가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마스크 성능 평가 기준이 강화되는 동시에 절차 안내가 체계화되면서,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보건용 마스크 의약외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허가지원 설명회인 허가 온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허가 온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의약외품 등 의료제품 개발과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지역별로 진행하는 현장 설명회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사는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가 다수 위치한 경기도 지역에서 열린다.

온이라는 이름에는 전원을 켠다는 의미의 온과 따뜻함을 뜻하는 한자 온이 함께 담겼다. 식약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허가 경험이 부족한 중소·벤처 기업도 인허가 과정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온기 있는 허가지원 서비스로 positioning하고 있다. 규제기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질의에 답하는 방식으로 인허가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번 설명회의 핵심 안건은 두 가지다. 우선 최근 행정예고된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소개된다. 특히 개정안에 새롭게 추가된 보건용 마스크 KF80 등급의 성능 평가 시험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될 예정이다. KF80은 공기 중 입자를 80퍼센트 이상 차단하도록 설계된 보건용 마스크 등급으로, 개정 시험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증 유지와 신규 허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식약처는 입자 차단 성능, 누설률, 압력 강하 같은 성능 지표를 어떤 시험 장비와 조건으로 검증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분화해 안내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의약외품 품목 허가와 변경 허가, 신고에 필요한 절차와 제출 자료 요건이 정리된다. 제조·품질관리 기준, 원자재 정보, 공정 밸리데이션 자료, 시판 후 품질관리 계획 등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세부 항목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뤄진다. 그동안 업계에서 자주 제기된 질의와 건의사항도 정리해 현장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마스크 업체 입장에서는 반복적으로 문제가 됐던 서류 보완 요구나 심사 지연 이슈를 줄일 수 있는 실무 정보가 제공되는 셈이다.
식약처 설명회는 포스트 코로나19 환경 변화에도 대응하는 성격을 가진다. 팬데믹 당시 급증했던 마스크 수요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양적 경쟁에서 품질·기술 경쟁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KF 등급별 성능과 안전성을 기준으로 수출과 국내 공공조달이 좌우되는 구조에서, 허가 기준과 시험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특히 경기도에 몰려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시험 설비와 인허가 인력을 대형사처럼 갖추기 어려워, 규제기관의 직접적인 안내에 대한 수요가 크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보건용 마스크와 개인보호장비 관리 수준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마스크 필터 성능과 착용 적합성, 생산 이력 추적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잇따라 보완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 식약처 기준과 더불어 각국 인증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식약처가 시험법과 품질관리 기준을 국제 기준과 정합성 있게 정비하고, 이를 업계에 상세히 전달하는 작업은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허가 온 프로그램은 규제 부담과 산업 진흥 사이 균형을 모색하는 식약처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허가와 심사 기준을 엄격히 유지하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규제기관과 업계 간 직접 소통이 늘어날수록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공통 이해도는 높아지고, 현장 의견이 향후 제도 개선에 반영될 가능성도 커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최신 의약외품 허가와 심사, 품질관리 기준에 대한 업계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국내 의약외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는 경기도 지역에서 시작된 허가 온 프로그램이 다른 의료제품 분야와 지역으로 확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품질 기준 고도화, 규제 지원, 시장 재편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현장 행보가 마스크 산업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