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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 만들었다”…대운초 학생들, 뉴질랜드 참전용사에게 보은행사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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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가로지른 전쟁 기억과 한뉴 동맹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에 한국 초등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6·25 전쟁 참전국인 뉴질랜드의 참전용사들을 찾아간 아이들은 한국의 오늘을 만든 희생에 감사 인사를 건네며, 평화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경남 양산 대운초등학교 국제교류 동아리 학생 17명과 교사 3명은 3일 뉴질랜드 와이카토주 해밀턴 링크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보은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는 와이카토 한인회가 주최하고 국가보훈부가 후원했으며, 뉴질랜드 참전용사와 가족, 지역 인사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1부에서 동순화 대운초등학교 교장은 참전 세대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먼저 전했다. 동 교장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자유가 오늘의 대한민국과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가장 큰 축복"이라며 "이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평화의 가치를 세계로 전하는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6·25 참전국 간의 연대가 미래 세대 교육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와이카토 한인회 고정미 회장은 양국 우정의 의미를 짚었다. 고 회장은 "국가보훈부 후원으로 먼 길을 달려온 대운초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뉴질랜드에서 이뤄진 뜻깊은 만남이 양국 우정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전국과의 인적 교류를 통해 한뉴 관계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행사에는 프레드 브라이언트, 브룩 펄햄, 데스 모건 등 뉴질랜드 참전용사 3명과 가족이 직접 참석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 나오지 못한 브라이언 네빌 리드 참전용사는 서면 인사를 보내 참석자들에게 연대를 당부했다.

 

학생들은 한국 전통무술과 생활체육을 결합한 태권무와 음악줄넘기 시범을 선보이며 참전용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어진 만찬에서는 용사와 가족들에게 전쟁 당시 경험과 전후 복귀 과정, 한반도에 대한 인상 등을 묻고 대화를 이어가며 진솔한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2부 프로그램에서는 문화 교류가 본격화됐다. 학생들은 뉴질랜드 민요 포카레카레아나와 한국 노래 연가를 잇는 악기 합주를 준비해 현지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데몬헌터스 음악에 맞춰 K팝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류 콘텐츠와 참전 인연이 결합한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공연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브라이언트 참전용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하며 "지켜낸 평화의 의미를 다음 세대가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직접 짠 무릎담요를 학생 전원에게 선물했고, 행사장은 감사 인사와 박수로 가득 찼다.

 

대운초에서 이번 교류를 준비해 온 황국희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마련한 선물을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와이카토 한인회도 학생들과 학교 측에 감사 선물을 전하며 양방향 소통을 이어갔다. 실질적인 교환과 나눔을 통해 참전 세대와 한국 청소년 세대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정미 회장은 폐회 인사를 통해 행사의 의미를 다시 짚었다. 그는 "오늘의 만남이 아이들 마음속에 평화와 감사의 울림으로 오래 남길 바란다"며 "이 울림이 다시 세계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은의 밤은 한국과 뉴질랜드의 깊은 우정을 다시 확인하고, 세대를 넘어 기억해야 할 감사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긴 뜻깊은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6·25 전쟁 당시 해군과 육군 병력을 파병한 대표적 참전국으로, 한국 정부와 재외동포 사회는 매년 참전용사 초청 행사와 현지 보은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참전국과의 인적 교류를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청소년 대상 안보·평화 교육의 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향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인회는 참전용사와 후손을 초청하는 상호 교류 프로그램과 학교 단위 국제교류를 더욱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국가보훈부와 교육당국도 참전국과 연계한 청소년 역사·외교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한뉴 관계를 비롯한 참전국 외교 협력은 교육 현장을 매개로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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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초등학교#뉴질랜드참전용사#와이카토한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