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계엄 기억한다”…정부, 디지털추모 추진 논쟁
12월 3일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기점으로 공휴일 지정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계엄 사태를 어떻게 기록하고 전승할 것인지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브’ 논의도 조용히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주권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온라인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지만, 동시에 계엄 관련 데이터와 기록을 체계적으로 저장해 민주주의 교육에 활용하자는 제안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치적 기념일 지정 여부와 별개로, 정부와 공공기관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계엄 사태의 자료를 구조화·표준화하는 작업에 나설 경우 정보 인프라와 기록주권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명명하고, 장기적으로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날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며 최소 1년에 한 번 생활 속에서 이날을 회상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행정부 단독 결정이 아닌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국회 논쟁과 국민 여론을 거쳐 결론이 날 것이라고도 했다.

온라인 여론은 곧바로 양분됐다.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조차 공휴일이 아닌 상황에서 12월 3일만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며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특정 시점을 쉬는 날로 고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계엄 사태보다 경제와 외교, 인구구조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디지털 범죄와 외국인 범죄 데이터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는, 공휴일 논쟁보다 데이터 기반 치안 정책과 사이버 보안 체계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여론을 드러낸다.
반대로 계엄 선포와 해제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이 날을 국가 차원의 상징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년 공휴일로 지정해 학교 교육과 공공행사를 통해 국민주권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위해 관련 기록과 데이터를 정리한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잇따른다. 단순한 역사 기념이 아니라 헌정질서 위기 시 어떤 절차와 견제가 작동했는지를 제도와 데이터 차원에서 후대가 학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계엄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수록, 그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디지털화해 남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IT 관점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계엄 선포 관련 문서, 군과 행정부 간 지시 체계, 의회와 사법부의 대응, 헌법기관 회의록, 언론 보도, 시민단체 활동, 소셜미디어 데이터까지, 방대한 이력이 산재한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메타데이터를 부여해 검색과 분석이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분석, 그래프 DB를 활용한 관계망 분석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정부 차원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기술적으로는 전자정부 시스템과 공공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면 가능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데이터 편집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기록의 선별과 분류, 공개범위 결정 과정에서 정권 이해가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독립적 위원회와 기록관리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다층 거버넌스 설계가 요구된다. 특히 시민이 직접 자신의 당시 경험과 자료를 업로드하고 검증 절차를 거쳐 기록에 편입시키는 ‘참여형 기록 플랫폼’ 방식은 기술적으로는 구현할 수 있으나, 허위정보·왜곡 정보의 유입을 AI 기반 검증 시스템으로 얼마나 걸러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민주주의 위기와 과거 권위주의 시기를 디지털화해 공개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동유럽 일부 국가는 비밀경찰 문서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개방해 연구와 시민교육에 활용하고 있고, 남미에서는 군사정권기 실종자 데이터를 통합해 온라인 추모·조회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들 사례는 정치적 논쟁이 거센 주제를 다루면서도 기록의 변경 불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시 기반 검증, 블록체인 도입 등 무결성 보장 기술을 적용하고, 동시에 개인정보와 2차 피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식별화 기법을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5·18민주화운동, 산업화·민주화 과정 관련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러 기관에 흩어진 데이터가 기준과 포맷이 달라 통합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월 3일을 둘러싼 공휴일 논쟁이 계엄과 민주주의 기록 전반으로 논의를 확장한다면, 향후 국가 차원의 위기 상황 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표준화된 아키텍처 설계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역사 검증 차원을 넘어, 향후 비상상황 시 시뮬레이션과 정책 의사결정 지원에까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기록물 관리법,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동시에 얽혀 있다. 계엄 당시 통신 데이터, 민감한 정치 성향 정보, 군 관련 기밀 자료 등이 포함될 수 있어, 어떤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개방할지에 대한 세밀한 규정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또 이후 AI 기반 분석과 교육 콘텐츠 제작에 기록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알고리즘이 특정 정치적 서사를 강화하거나 편향된 해석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검증과 설명 가능성 확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2월 3일 공휴일 논쟁이 단기적으로는 정치 공방에 가려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위기 기록과 민주주의 학습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디지털 거버넌스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고 본다. 계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향후 기록 인프라 설계의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공휴일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과 표준화 작업이 뒷받침될 때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가 실질적 내용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정치적 상징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서, 기술과 기록, 제도를 어떻게 엮어낼지가 향후 한국 사회 민주주의 인프라의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