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난임 연구부터 줄기세포까지"…차병원, 생식의학 저변 넓힌다
난임과 여성 생식의학 연구가 정밀의학과 재생의학 기술을 결합하며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난임 진료 경험과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 연구를 묶어 신개념 치료 옵션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학술상과 국제 학회 네트워크를 축으로 연구 저변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난치성 난임 치료 패러다임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흐름으로 본다.
차 의과학대학교 차병원은 대한생식의학회 제89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제5회 KSRM CHA 차광렬 학술상 수상자로 김지향 차 의과학대학교 교수와 이재왕 을지대학교 교수를 선정해 시상했다고 22일 밝혔다. KSRM CHA 학술상은 대한생식의학회와 아시아태평양생명의학연구재단, 차병원이 공동 제정한 상으로, 국내 생식의학 연구자의 연구 의욕을 고취하고 우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임상 부문 수상자인 김지향 교수는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에서 난임, 자궁내막증, 습관성 유산, 반복착상실패를 중점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특히 얇은 자궁내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 혈소판 풍부혈장 치료법 연구, 난소기능부전 환자를 겨냥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임상시험 진입 성과를 통해 난치성 난임 극복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정밀 진단과 재생의학적 접근을 결합해 기존 호르몬 위주 치료의 한계를 보완한 점이 평가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초 부문을 수상한 이재왕 교수는 을지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서 병원감염관리, 혈청학, 여성 생식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여성 생식 기능 회복 기전, 난자와 난소 기능 조절 메커니즘, 환경호르몬의 생식 독성 평가 등 기초 연구를 통해 생식의학 분야의 병태생리 이해를 넓힌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세포와 분자 수준의 기초 연구가 향후 난임 예방과 독성 안전성 평가 기준 정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차병원과 대한생식의학회, 미국생식의학회 회장단은 올해 추계학술대회 이후 강남차여성병원 루프탑 회빈에서 만찬을 갖고 생식의학 분야 발전을 위한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세 기관은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역량과 임상 데이터를 어떻게 공유하고, 국제 공동연구와 인력 교류, 학술상 연계를 통해 글로벌 생식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협력 모델을 모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난임 치료와 보조생식술, 배아·난자 보존, 생식 내분비 질환 관리가 하나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로 묶이는 추세라 이런 협력이 경쟁력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광렬 차병원 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이름을 딴 학술상 체계도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대한생식의학회의 KSRM CHA 학술상 외에도 미국생식의학회의 차광렬 줄기세포상, 아시아세포치료학회의 차광렬 우수발표상, 미국생식생물학회의 한국 과학자 지원 특별상, 한국줄기세포학회의 차광렬 학술상이 제정돼 운영 중이다. 이들 상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젊은 과학자와 신진 연구자,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분야 연구자를 대상으로 연구 동기 부여와 국제 연구 커리어 형성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차 연구소장은 1997년부터 후학 양성과 생식의학 연구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1997년 사재 500억 원을 의료재단에 기부한 이후, 올해에는 미국생식의학회에 사재 100만 달러를 추가로 출연했다. 아시아줄기세포학회, 한국줄기세포학회, 생식의학회 등을 대상으로 한 후원에 더해 2015년부터는 자신의 급여와 배당 전액을 줄기세포 산업화와 인재 양성에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난임과 생식의학 분야가 고령 출산 증가와 환경호르몬 노출 확대 등 구조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중장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동시에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진단,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기술이 결합하는 융합 연구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도 도래하고 있다. 학술상과 국제 학회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연구 생태계 조성이 실제 치료 기술 상용화까지 이어질지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