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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AI로 로봇진화 가속…솔트룩스·아이엘, 데이터 동맹 선언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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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가 생성형 AI 이후 차세대 인공지능 경쟁의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 간 데이터 주도권 전쟁도 빨라지고 있다. 솔트룩스와 아이엘이 실환경 데이터 생산과 학습,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를 묶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로봇 기반 피지컬 AI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해외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주도의 로봇 지능 생태계 구축 경쟁을 촉발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솔트룩스는 풀스택 미래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아이엘과 피지컬 AI 시장 공동 선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협력 범위는 피지컬 AI 플랫폼 및 기술 협력, 피지컬 AI 데이터 기반 협력, 공동 연구와 사업 협력, 공동 마케팅과 사업 확장 등으로, 로봇과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묶는 통합 생태계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 환경에서 로봇이 센서와 카메라, 각종 구동 장치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지능을 뜻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 위주로 학습해 언어·콘텐츠를 생성하던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로봇의 움직임과 충돌, 사물 조작 과정, 사람과의 상호작용 등 복잡한 물리 세계 정보를 멀티모달로 처리해야 한다. 특히 이번 협력은 누가 더 방대한 실환경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파운데이션 모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영하느냐에 승부가 갈린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협약에 따라 솔트룩스는 아이엘의 휴머노이드 및 지능형 로봇 플랫폼에서 나오는 대규모 실환경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학습·고도화를 맡는다. 로봇이 이동하고 손을 뻗고 물체를 집는 동안 생성되는 행동 데이터, 주변을 인지하는 센서 데이터, 특정 공간에서의 환경 상호작용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시키는 멀티모달 구조를 적용해 실제 공간에서 스스로 목표를 수립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차세대 로봇 지능 구현을 목표로 잡았다.

 

아이엘은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실제 현장 배치를 통해 데이터를 끌어오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장과 물류센터, 도시 인프라, 공공 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 휴머노이드와 지능형 로봇을 투입해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동·센서·환경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정제해 피지컬 AI 학습에 적합한 고품질 실환경 데이터로 축적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 배치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 양과 다양성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양사는 로봇 확산과 실데이터 축적, AI 성능 고도화, 플랫폼 가치 상승이 순환하는 구조를 공동 설계한 점을 이번 협력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단기 실증 위주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피지컬 AI 데이터가 계속해서 쌓이고 이를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이 다시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노린 플랫폼형 협력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솔트룩스와 아이엘은 제조와 물류, 도시 인프라, 공공 서비스 영역을 우선 타깃으로 삼는다. 제조 현장에서는 반복적인 조립·검수 작업을 로봇이 맡고, 작업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공정 자동화를 고도화할 수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피킹과 분류, 적재 최적화 등 고강도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면서, 동선과 작업 패턴 데이터가 축적돼 창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 수 있다. 도시 인프라와 공공 영역에서는 순찰, 시설 점검, 안내 서비스에 투입된 로봇이 도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스마트시티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이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중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자율보행 휴머노이드와 공장용 지능형 로봇을 테스트 라인에 투입하며 촉각과 시각, 힘의 변화를 동시에 학습시키는 대규모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솔트룩스와 아이엘의 협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실환경 데이터를 직접 축적하고 로봇 지능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해외 빅테크가 제공하는 범용 모델과 로봇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학습한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산업별 맞춤형 패키지 솔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피지컬 AI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설계해 데이터 수집부터 저장, 활용과 확장 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국내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공장과 공공시설, 도시 현장에서 확보한 민감한 환경 데이터를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관리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솔트룩스는 피지컬 AI를 2026년 이후 추진할 신규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 생성형 AI로 축적한 언어·지식 처리 역량을 물리 환경 이해와 행동 결정으로 확장해,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 스마트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지능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아이엘 역시 모빌리티와 로봇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데이터가 생성되는 현장을 장악하는 쪽에 집중해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확산 과정에서 데이터 소유권과 책임 문제, 로봇이 사람과 동일 공간에서 활동할 때의 안전 규제, 산업별 인증 기준 정립 등이 본격적인 논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한다. 실제 물리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에는 작업자 동선, 설비 배치, 공공시설 보안 정보 같은 민감한 요소가 다수 포함되므로, 수집과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술과 데이터, 규제와 윤리가 함께 설계된 거버넌스 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솔트룩스와 아이엘의 협력은 로봇과 데이터,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묶는 국내형 피지컬 AI 플랫폼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두 회사가 설계한 선순환 구조가 실제 현장에서 검증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규제와 제도 정비가 얼마나 속도를 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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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룩스#아이엘#피지컬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