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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공천권, 당원에 절반 이양”…더불어민주당, 당헌 개정으로 공천룰 손질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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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룰을 둘러싼 갈등과 개혁 요구가 다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권한을 당원에게 확대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손질하면서, 당내 권리당원과 지도부 사이 힘의 균형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2026년 6·3 지방선거 공천 규칙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적 597표 중 찬성 443표, 반대 85표로 의결했다. 투표에는 중앙위원 528명(참여율 88.44%)이 참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초·광역 비례대표 후보 경선 방식 변경이다. 기초 비례대표 후보 경선은 상무위원 50%, 권리당원 50% 투표 반영으로 조정됐고, 광역 비례대표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100% 투표로 진행하도록 못 박았다.  

 

개정 전 당헌은 기초·광역 비례대표 후보를 모두 상무위원 100% 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원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비례대표 공천에 당원 참여를 대폭 늘리는 개정안을 준비해 왔다.  

 

다만 당 지도부는 전권을 당원에게 이양하는 대신 상무위원 권한을 일정 부분 보존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당초에는 기초·광역 비례대표 모두 권리당원 100% 경선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안은 지난 5일 중앙위원회에서 이른바 1인 1표제 도입안과 함께 부결됐다.  

 

이에 민주당은 수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상무위원 권한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해, 기초 비례대표에 한해 상무위원 투표 비율 50%를 남겨두는 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 핵심 의사결정기구와 풀뿌리 당원 사이 균형을 맞추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경선 절차도 보다 세분화됐다. 개정된 당헌에는 공직선거 후보자가 5명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예비경선의 실시 여부와 구체적 방식은 최고위원회 의결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새로 담겼다. 후보 난립 시 상무위원이나 최고위원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1차 관문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청년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가산점 체계도 손질됐다. 개정 당헌은 청년 후보자의 경선 가산 비율을 35세 이하 25%, 36∼40세 20%, 41∼45세 15%로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연령대별로 차등을 두되, 기존 4단계였던 가산 구조를 3단계로 단순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29세 이하 25%, 30∼35세 20%, 36∼40세 15%, 41∼45세 10% 등 4단계로 나눠 가산점을 부여해 왔다. 당 안팎에서는 실제 출마 연령대와 제도상의 연령 구분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과도한 세분화가 오히려 혼선을 키운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공천 과정의 공정성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통제 장치도 신설됐다. 민주당은 공천신문고 제도를 도입해 지방의원 공천 심사와 재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당헌에 규정을 추가했다. 심사 과정에 대한 이의 제기를 공식화해, 불투명 공천에 대한 불만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윤리 기준 강화 차원의 페널티 조항도 대폭 보강됐다. 경선 부적격 판정을 받았으나 예외 규정에 따라 후보로 인정된 인물에 대해 상습 탈당 경력이 있는 경우 득표에서 25%를 감산하도록 했다. 또 부정부패, 갑질, 성희롱 등 비위 사유가 있을 때는 득표의 20%를 감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과거 공천에 불복한 경력이 있는 후보자에 대해서도 경선 감산 규정을 적용하되, 사안의 경중에 따라 최고위원회 의결로 감산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새로 반영됐다. 공천 불복 행위를 제재하되, 정치적 상황과 사후 태도 등을 고려해 예외적 조정을 허용하는 장치를 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당헌 개정을 통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원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탈당과 공천 불복, 비위 행위에 대한 제재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파 갈등과 공천 잡음이 얼마나 줄어들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공천룰 개편을 놓고 상반된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권리당원 비중 확대를 통해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현역 의원 중심의 공천 구조를 견제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특정 계파가 조직 표를 동원해 공천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다만 민주당은 공천신문고와 감산 규정 등을 바탕으로 공천 잡음에 대한 사후 통제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향후 지도부는 세부 시행세칙 마련과 예비경선 운영 방식을 둘러싼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안을 처리한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와 경선 일정 등 세부 공천 계획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공천룰 변화가 여야 공천 경쟁 구도와 민심 향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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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중앙위원회#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