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심전도 오류 걸러낸다”…씨어스, 미국 특허로 원격진단 가속
웨어러블 인공지능 심전도 모니터링 기술이 원격 심장질환 진단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심전도 판독 오류를 자동으로 교정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미국 특허를 확보하며,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부정맥 진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이번 특허를 한국산 AI 심전도 분석 기술이 글로벌 규제 시장에서 독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분기점으로 본다. 심전도 데이터 품질과 판독 신뢰도가 시장 진입의 핵심 기준이 된 상황에서, AI 기반 오류 교정 기술이 상용화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심전도 판독 오류를 교정하기 위한 방법 및 장치에 관한 기술이 미국 특허로 등록됐다고 18일 밝혔다. 특허명은 영어로 Method and Apparatus for Correcting Electrocardiogram이다. 씨어스가 미국에서 취득한 첫 심전도 분석 관련 핵심 특허로, 국내에서 자체 개발해 온 ECG 분석 기술을 미국 특허 체계 아래에서 직접 보호하게 된 셈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토대로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법적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번 특허는 씨어스의 부정맥 진단 솔루션 모비케어에 탑재된 핵심 분석 엔진 기술을 대상으로 한다. 모비케어는 웨어러블 기기로 장시간 심전도 데이터를 수집한 뒤, 클라우드 기반 AI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 발생 여부와 패턴을 판독하는 솔루션이다. 특히 이번 특허 기술은 자동 판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신호를 AI가 스스로 찾아내 정정하는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기술 구현 방식은 심전도 데이터를 개별 심박 단위로 쪼개는 것에서 출발한다. 알고리즘은 수집된 ECG 신호를 박동별로 분할한 뒤 파형의 위치를 정렬하고 수치화해 데이터 공간 상에서 비교 가능한 형태로 변환한다. 이후 유사한 파형을 보이는 심박들을 군집화해 정상 패턴과 비정상 패턴을 자동으로 분리한다. 이렇게 형성된 파형 군집을 서로 비교해 노이즈, 파형 왜곡, 비정상 신호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이상 신호를 걸러낸 뒤 수정된 데이터를 전체 판독 결과에 반영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방식의 고질적인 한계를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착용자의 손 떨림, 전극 부착 불량, 일상생활 중 움직임에 따라 다량의 오류 신호가 발생하면 자동 판독 결과에 오인식이 반영되기 쉬웠다. 이 경우 의료진이 판독 결과를 일일이 후검수하며 오류 신호를 수동으로 제거해야 했고, 경보가 과다하게 발생하거나 부정맥을 놓칠 위험도 높았다.
씨어스의 특허 알고리즘은 이런 오류 신호를 AI가 선별해 군집화하도록 설계했다. 동일 패턴의 파형을 묶어 한 번에 보정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장시간 모니터링 데이터에서도 빠르고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모비케어가 장시간 웨어러블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기반 기술이기도 하다.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장시간 모니터링 특성상, 자동 교정 기능은 의료진의 판독 부담을 줄이고 원격 모니터링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부정맥 진단 시장 규모와 성장성도 이번 특허의 전략적 의미를 키운다. 씨어스 측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1500만 건 이상의 부정맥 진단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약 50억 달러, 우리 돈 6조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시장은 전체의 약 30% 규모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고령화, 만성 심혈관질환 증가, 원격의료 수요 확대가 겹치며 장시간 모니터링 기반 진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와 AI를 결합한 심전도 분석 솔루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패치형 심전도 기기와 클라우드 분석 플랫폼을 결합해, 1주일 이상 장시간 데이터를 수집한 뒤 자동 판독 결과를 전문의가 최종 검토하는 서비스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워치, 링형 웨어러블 기기 등 생활형 디바이스에서도 ECG 기능을 표준으로 탑재하면서, 대량의 심전도 데이터가 생성되는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확한 자동 판독과 오류 교정 알고리즘이 서비스 품질을 가르는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2026년을 모비케어 미국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단계적 상용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선 현지 의료기관과의 시범 사업을 통해 알고리즘의 임상적 유효성과 판독 효율성을 검증하고, 이후 보험 적용과 연동한 상용 서비스로 확장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내 의료기관, 유통 채널, 심전도 분석 서비스 파트너와의 협력을 병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의료기기 인허가와 데이터 규제 준수가 필수 조건이다.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와 같은 AI 기반 진단 지원 도구는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범주로 분류되며,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 데이터가 요구된다. 특히 장시간 모니터링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데이터 품질 관리와 오류 최소화에 대한 기술적 설명이 규제 평가의 핵심 항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AI가 자동으로 판독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에 대해 특허로 보호받게 되면서, 씨어스는 인허가 과정에서 차별화된 기술 근거를 제시할 여지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심전도 분석 AI 기술 경쟁이 앞으로 임상 검증과 규제 대응 경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과 실제 사용 데이터 축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특허와 임상, 인허가 전략을 묶은 통합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에 맞춰 클라우드 인프라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중요해지고 있다.
씨어스 관계자는 이번 미국 특허에 대해 기술 보호 이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미국 특허는 단순한 기술 등록을 넘어, 미국 부정맥 진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핵심 알고리즘에 대해 법적 보호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내년부터 모비케어를 글로벌 표준 미국 대표 심전도 분석 AI 솔루션으로 안착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한국발 AI 심전도 기술이 미국 원격 진단 시장에 실제로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인허가와 상용화 진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