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대·젠더 갈등, 청년이 더 크게 체감"...이석연 "헌법 가치로 공통 합의점 찾겠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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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젠더를 둘러싼 갈등이 정치와 일상 전 영역을 흔드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청년 세대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전문가 논의를 본격화했다. 세대·젠더 갈등을 둘러싼 상반된 인식과 감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향후 정치권의 핵심 과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1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구름아래소극장에서 2025 세대·젠더 국민통합 콘퍼런스를 열고, 2010년대 후반 이후 심화한 세대 및 젠더 갈등의 변화 양상과 해법을 논의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청년층이 체감하는 젠더 갈등을 전면에 올려 논의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정책 라인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첫 발제에 나선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과 천관율 전 시사IN 기자는 남성차별 인식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20대·30대에 집중돼 있던 국면에서 40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심층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조사 자료를 토대로 젠더 갈등이 특정 세대와 성별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정치 인식과 투표 행태를 바꾸는 구조적 변수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어 양승훈 경남대학교 교수는 20대·30대 남성이 느끼는 상실감과 갈등의 정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취업과 주거, 군 복무, 연애·결혼 시장 등 여러 영역에서 2030 남성이 경험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증폭돼 정치적 갈등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조은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스페인 사례를 중심으로 해외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 양상을 비교하며, 한국 사회의 갈등 정도와 양상이 국제적 맥락에서 어떤 특징을 갖는지 설명했다.

 

행사를 주재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세대·젠더 갈등의 무게가 청년층에 더 크게 실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세대와 젠더 갈등은 청년 세대가 더 크게 체감하는 문제라며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청년들에게 미안함과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가 겪는 불신과 상실감에 대해 기성세대와 국가 책임을 함께 언급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갈등 조정의 기준으로 헌법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사회공동체의 약속인 헌법적 기본 가치를 나침반 삼아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공통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세대·젠더 갈등을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성의 틀 안에서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세대·젠더 간 갈등이 총선과 대선에서 표심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만큼, 대통령 직속 기구가 갈등 완화 논의를 시작한 데 주목하고 있다. 여권에선 청년 남성 층의 지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남성차별 논쟁에 대한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야권에서는 페미니즘과 성평등 의제가 과도하게 정치 쟁점화돼 청년 세대 내부의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다만 청년 세대 내부에서도 인식 차가 큰 만큼, 국민통합위원회 논의가 실제 입법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또 어느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야가 세대·젠더 갈등을 선거 전략 차원에서 소비해 온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통합 기구의 논의가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이날 콘퍼스를 계기로 세대·젠더 통합 관련 추가 토론과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역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체감 갈등과 조사 결과를 면밀히 반영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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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국민통합위원회#세대젠더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