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보이스로 경기 중 전략전달…라이엇, LCK 운영실험 나선다
e스포츠 경기 운영에 실시간 전략 소통 기술이 도입되며 리그 구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프로 리그 LCK에서 코칭 스태프와 선수 간 경기 중 음성 소통 시스템 코치보이스를 시범 적용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선수만 의사결정 주체였던 경기 구조가 팀 단위 전략 운영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경기 지휘권과 공정성, 데이터 기반 분석 방식까지 함께 바뀌는 규칙 실험으로 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3일 오는 1월 개막하는 LCK컵에서 코치보이스를 처음 적용한다고 밝혔다. 코치보이스는 경기가 진행 중일 때 코칭 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직접 전술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음성 소통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밴픽으로 불리는 챔피언 금지 및 선택 단계 이후에는 코칭 스태프의 개입이 차단됐고, 세트 종료 뒤 경기 복기와 피드백만 허용돼 즉각적인 전략 전환에는 한계가 있었다.

코치보이스 도입으로 코칭 스태프는 경기 흐름에 맞춰 전술 방향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오브젝트 타이밍 조정, 라인 운영 전환, 교전 여부 판단 등 기존에 선수 콜에만 의존하던 의사결정 구간에 외부 두뇌가 개입하면서, 전술 전환이 더 빠르고 구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LCK처럼 전략 중심 메타를 선호하는 리그에서는 장기간 축적된 전력분석 데이터와 결합해 패턴화된 콜 체계를 만드는 시도가 뒤따를 수 있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코치보이스는 참여 팀과 인원을 엄격히 제한한다. 팀은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은 공식 로스터에 등록된 감독, 코치, 전력분석관 가운데 최대 두 명이다. 경기당 사용할 수 있는 코치보이스 횟수는 세트 기준 최대 3회, 회당 45초로 제한했다. 경기 시간 자체는 중단되지 않고 그대로 흐르는 상태에서 코칭 지시가 이뤄지며, 코칭 스태프가 볼 수 있는 정보 역시 선수 화면과 동일한 팀 시야로 묶어 정보 비대칭 문제를 최소화했다. 경기 종료 전까지 외부와의 소통을 봉쇄하는 규정도 함께 적용해, 외부 데이터나 제3자 개입을 통한 실시간 분석 지원을 차단했다.
e스포츠 산업 측면에서는 이 같은 규칙 변화가 코칭 역할을 더욱 데이터 집약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코칭 스태프가 제한된 3회의 45초 콜을 최적으로 활용하려면, 특정 타이밍이나 게임 상태에 맞춰 사전에 설계된 전술 콜 스크립트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이는 분석팀이 경기 리플레이, 상대 팀 패턴, 메타 변화 지표를 기반으로 최적 콜 타이밍과 내용 세트를 준비하는 데이터 운영 모델을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선수 개별 판단력과 인게임 리더십 저하 우려도 나온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당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그에 한해 편차가 발생한다. 코치보이스는 LCK와 LCP 두 리그에서만 시범 도입되며, 글로벌 대회와 다른 지역 리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LCK 내에서도 플레이인과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그룹 대항전에만 시범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같은 시즌 내에서도 코치보이스와 기존 규칙이 혼재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팀들이 서로 다른 규칙 환경에 맞춤형 전략을 이중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반면, 다양한 리그 환경에서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어느 규칙이 선수 성장과 경기 완성도에 더 적합한지 비교할 근거가 확보된다는 평가도 있다.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 보면 코치보이스는 e스포츠 경기 규정과 공정성 기준을 다시 설계하는 실험으로 해석된다. 전통 스포츠에서도 감독과 코치가 경기 중 작전 지시를 하는 사례는 일반적이지만, 디지털 기반 e스포츠는 중계 서버, 관전자 모드, 실시간 데이터 피드 등 다양한 정보 채널이 얽혀 있어 부정 사용 가능성을 어떻게 제어할지 별도의 기술·규정 장치가 필요하다. 관전자 모드 지연 시간 유지, 외부 분석 도구 차단, 음성 채널 로그 관리 등이 향후 표준화 논의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도입을 공식 제도화가 아닌 제한적 시범 운영으로 규정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시범 기간 동안 경기 중 변수 대응 방식 변화, 팀 운영 전략 패턴, 선수와 코칭 스태프의 부담 정도, 팬들의 시청 경험 변화 등을 함께 분석할 계획이다. 이어 팀과 선수단 피드백, 팬 반응, 운영 안정성을 종합 검토한 뒤 제도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코치보이스가 정착할 경우 선수 중심 경기에서 팀 단위 전략 운영 중심 경기로 무게추가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글로벌 대회에서는 여전히 기존 규칙이 유지되는 만큼, 어떤 규칙 체계가 국제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지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하다. 산업계는 코치보이스가 실제 리그 운영과 팬 경험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e스포츠 규칙 설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