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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 한국 상륙…스페이스X, LTE급 위성통신으로 6G 인프라 겨냥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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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궤도 위성통신이 국내 통신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4일부터 한국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도시와 농촌, 산간과 도서 지역을 가리지 않는 커버리지로 6G 시대 핵심 인프라로 거론되는 기술이 처음으로 상용 요금제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진입을 통신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4일부터 국내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기반의 스타링크 가정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타링크가 공개한 한국 가정용 요금제는 월 8만7000원에 데이터 사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상품 구조다. 스타링크 측은 이 요금제 기준으로 다운로드 속도 135메가비피에스, 업로드 속도 40메가비피에스를 제시했다.

국내 지상 이동통신과 비교하면 속도 차는 상당하다. 지난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발표한 통계 기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025.52메가비피에스, 업로드 속도는 90.12메가비피에스로 집계됐다. 지상 기지국 기반 5G와 비교하면 스타링크의 전송 속도는 크게 낮은 셈이다.

 

다만 스타링크 서비스 성능은 LTE 수준과 비교하면 큰 격차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동통신 3사의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78.05메가비피에스, 업로드 속도는 35.85메가비피에스였다. 수치로만 보면 스타링크의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LTE보다는 다소 낮고, 업로드 속도는 비슷한 수준까지 접근한 구조다.

 

저궤도 위성통신 특성상 속도 한계는 존재한다. 스타링크 통신 주파수는 고도 530에서 570킬로미터 궤도를 도는 다수의 소형 위성을 거쳐 전송된다. 지상 수십 미터 높이에 설치하는 이동통신 기지국보다 신호 경로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주파수 세기와 지연시간 측면에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가 5G 요금제와 비슷한 가격임에도 LTE급 체감 속도에 그치는 배경이다.

 

반대로 위성 기반 구조는 커버리지에서 강점을 만든다. 스타링크를 포함한 저궤도 위성통신은 도심 밀집 지역뿐 아니라 광역 해상, 산악 지형, 육상 오지 등 기존 지상망으로는 수익성이 낮아 망 구축이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장거리 선박 운항, 산악 안전 인프라, 재난 복구 통신 등에서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 업계가 6G 시대 핵심 인프라로 저궤도 위성통신을 지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G까지는 기지국 중심의 지상망이 토대였지만, 6G에서는 위성망과 지상망을 연동해 사용자가 위치한 공간과 관계없이 끊김 없이 접속하는 초연결 환경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은 실제 상용 위성망을 기반으로 한 통합 네트워크 실험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셈이다.

 

한국에서 스타링크를 가정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장비 설치가 필수다. 스페이스X는 서비스 구동용 스탠다드 키트 가격을 55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키트에는 신호 수신용 안테나와 설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킥스탠드, 가정 내 인터넷 분배를 위한 공유기, 스타링크 케이블, AC 전원 케이블, 전원 공급 장치 등이 포함된다. 사용자는 지붕이나 실외 공간에 안테나를 설치해 주변 장애물을 최소화하고 위성과의 직선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해 30일 무료 체험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가입 후 한 달 동안 속도와 연결 품질을 시험해본 뒤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기업용 전용 위성통신 요금제도 별도로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SK텔링크와 KT 샛이 스페이스X와 공식 계약을 맺고 스타링크 요금제 공급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기존 위성통신 수요를 가진 해운, 항공, 군수, 에너지 기업 등이 주요 고객층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스타링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국내 이용자 대상 선주문 대기 등록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한국 지역은 서비스 미지원으로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4일 개시를 앞두고 한 달 요금에 해당하는 8만7000원을 보증금으로 결제하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보증금 결제 시점에 장비가 즉시 배송되는 것은 아니며, 서비스 활성화 순서에 따라 개통이 진행되는 구조로 보인다.

 

스타링크는 공지를 통해 서울 지역 기준 서비스 용량이 한도에 도달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보증금을 낸 대기 고객에게는 이용 가능 시점에 별도 알림을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 구체적 개통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위성군 처리 용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단계인 만큼, 현재의 용량 한도 안내는 시스템상 일시 표시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4일 공식 개시 이후 선주문 대기자 상당수가 스탠다드 키트 수령과 안테나 설치를 마치는 즉시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링크 홈페이지 내 서비스 가능 국가 지도에서도 한국은 현재 서비스 예정 국가로 표시된다.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개시되면 이 표기가 실제 서비스 지역으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 업계에서는 스타링크의 한국 진입이 도시 지역 5G 시장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기보다는,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던 농어촌과 해상, 특수 산업 분야의 연결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동시에 위성망과 지상망 통합을 전제로 한 6G 기술 경쟁에서 국내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위성 사업자 간 협력과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스타링크를 시작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생태계가 국내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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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스페이스x#위성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