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카오 PER 300배에서 46배로 급락…외국계 매도 속 실적 퀀텀 점프 '엇갈린 셈법'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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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카카오 주가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대규모 매도 물량에 밀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 수급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실적 개선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를 둘러싼 가치 평가와 대응 전략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플랫폼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과 AI 신사업 성과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향후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이날 장중 글로벌 메이저 창구인 제이피모간과 골드만삭스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되며 수급 부담이 커졌다. 오후 장에서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68% 하락한 5만 8,000원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이어지며 하락 압력이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가 1,251억 원 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카카오[0357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카카오[0357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주가 흐름은 조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11일 6만 4,1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조정세로 돌아서며 2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장중 저가는 5만 7,600원으로 지난달 18일 기록한 단기 저점 5만 7,500원을 근접 재시험하는 모습이다. 최근 10거래일 중 6거래일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라 5만 7,000원 안팎 지지력 유지 여부가 단기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투심을 짓누르는 배경으로는 플랫폼 업종 전반의 센티먼트 악화가 거론된다. 경쟁사 네이버도 이날 3%대 하락을 기록하는 등 대형 인터넷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AI 서비스 카나나가 출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질적인 트래픽 확대와 수익 모델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기대가 컸던 AI 신사업에 대한 수익화 검증이 지연되면서 보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계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날 매도 상위 창구에 제이피모간이 14만 주, 골드만삭스가 15만 주 수준의 매도 물량을 내놓으며 외국계 증권사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자금의 차익 실현과 비중 축소가 동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외국인 투자자가 약 74만 주를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보인 바 있어, 외국인 주도의 수급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창구에는 개인 투자자 매수세가 유입되며 개인 수급이 주가 방어를 떠받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카카오는 25조 6,605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 25위에 올라 있는 대표 성장주다. 상장주식수는 4억 4,242만 주로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다. 같은 업종 내에서 네이버가 3% 넘게 하락하고, SOOP 역시 1%대 약세를 보이는 등 인터넷 플랫폼 업종 전체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카카오 역시 업종과 동조화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9.91%로 네이버의 38.73%보다 낮아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주가 기준 PER은 여전히 업종 평균을 상회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내년 이후 실적 반등 폭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증권가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 EPS는 124원에 그치지만, 2025년에는 1,279원으로 약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올해 약 306배 수준으로 추산되는 PER 부담이 내년에는 46배 안팎으로 급격히 낮아져, 실적 퀀텀 점프에 따른 밸류에이션 개선 여지가 커진다. 특히 2025년 9월 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59.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익 전망 상향 폭을 나타내는 서프라이즈 비율도 27.12%로 추정돼 이익 체력 회복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는 본업 회복과 신사업 성과다.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플랫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1.99%로 절반을 웃돈다. 과거 주가에 부담을 줬던 사법 리스크나 사용자 경험 UX 개편 논란 등은 시장에서 상당 부분 소화된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대신 광고와 커머스 등 기존 플랫폼 사업의 성장세 회복, 그리고 AI 사업의 실질 성과가 새로운 주가 모멘텀으로 부상했다. 카나나가 카카오톡 트래픽을 잠식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가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기능해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전략 측면에서 단기와 중장기 판단은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은 만큼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술적으로 1차 지지선인 5만 7,000원이 무너질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손절 기준과 레버리지 관리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내년 이후 실적 개선 폭이 크고 PER 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현 구간 가격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되돌아올 경우 6만 2,000원선 돌파 시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보수적으로는 5만 5,000원대까지 추가 조정을 거치며 바닥을 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병존한다.

 

향후 변수로는 글로벌 금리 흐름과 외국인 수급 방향이 꼽힌다. 미국 통화정책과 달러 강세 여부에 따라 국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AI 서비스 수익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달할 경우 실적 눈높이 하향과 함께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계도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낙폭 확대만을 근거로 한 성급한 매수보다는,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진정되고 수급 주체 간 손바뀜이 마무리되는 신호를 확인한 뒤 비중 확대에 나서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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