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코3D로 3분만에 3D애셋…NC AI, 피지컬AI 승부수
3D 생성 인공지능이 게임을 넘어 로봇과 디지털 트윈 산업의 판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자회사 NC AI가 3D 생성 서비스 바르코3D를 공개하며, 그동안 고비용·고난도 작업으로 남아 있던 3D 애셋 제작 공정을 대폭 자동화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3D 콘텐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차세대 피지컬 AI 경쟁의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NC AI는 1일 텍스트나 2D 이미지만으로 전문가 수준의 3D 애셋을 생성하는 AI 플랫폼 바르코3D를 공식 출시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페이지에서 이메일 인증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고, 무료와 유료를 아우르는 구독형 구조를 채택해 개인 크리에이터부터 스튜디오까지 폭넓은 사용자를 겨냥했다. 회사 측은 바르코3D가 기존에 4주 이상 걸리던 3D 애셋 제작을 최대 3분 이내로 줄였다고 설명한다.

바르코3D의 기술적 핵심은 3D 제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 자동화다. 사용자는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나 컨셉 아트에 해당하는 2D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AI가 3D 모델링부터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구조 정보까지 일괄 생성한다. 그 과정에서 뼈대가 되는 메시 생성, 실제 질감과 조명을 구현하는 PBR 텍스처 생성, 관절을 지정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리깅, 기존 모션 데이터를 새로운 캐릭터에 이식하는 모션 리타게팅까지 전체 파이프라인이 자동 처리된다.
기존 3D 워크플로우에서 메시 모델링과 리깅은 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숙련도를 요구하는 구간이었다. 바르코3D는 이 영역을 심층신경망 기반 3D 생성 모델로 대체해 반복 작업을 줄였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3D 아티스트가 캐릭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컨셉 아트, 로우 폴리곤 메시 작업, 하이 폴리곤 디테일링, UV 맵핑, 텍스처링, 리깅을 순차적으로 수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델이 이 단계들을 한 번에 처리해 초벌 결과물을 내놓고 사람이 미세 조정만 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바르코3D는 단순 생성형 툴을 넘어 후편집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생성된 메시에서 특정 영역만 유지한 채 일부를 삭제하거나 새로운 객체를 추가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폴리곤 수나 토폴로지를 조정해 게임 엔진용 로우 폴리곤 버전, 시네마틱용 하이 폴리곤 버전 등 용도별 최적화도 가능하다. 여러 종류의 PBR 텍스처를 쉽게 입히며 다른 분위기의 애셋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생성과 편집을 합친 하이브리드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시장 접근 전략도 구체화됐다. 바르코3D는 무료 플랜과 두 종류의 유료 플랜으로 구성된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무료 플랜은 10개의 3D 애셋을 만들 수 있는 2000 크레딧을 제공해 진입 체험용으로 설계했다. 유료인 플러스와 프리미엄 플랜은 동시에 5개까지 애셋을 생성하고, 메시 구조를 재구성하는 고급 리메시 기능 등 전문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NC AI는 자동화로 애셋당 제작 비용을 약 500원 수준까지 낮췄다고 밝히며, 인디 개발사와 소규모 스튜디오에도 현실적인 가격대를 제시했다고 강조한다.
바르코3D의 실전성은 NC AI가 8월 진행한 게임 제작 공모전에서 검증을 시도했다. 우승 팀은 전체 3D 애셋의 82퍼센트를 바르코3D로 생성했으며, 이 가운데 38퍼센트는 별도의 후처리 없이 게임에 바로 적용했다. 3D 전문 툴 경험이 많지 않은 소규모 팀이 공모전 수준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었던 점은, 해당 플랫폼이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3D 생성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Meshy, Tripo, Hunyuan3D 같은 텍스트 투 3D 및 이미지 투 3D 모델이 공개되며 상용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웹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캐릭터, 오브젝트, 환경 등을 자동 생성해 게임과 광고, 메타버스 제작에 쓰이고 있다. NC AI는 올해 초부터 자체 3D 생성 모델을 고도화해 왔으며, 글로벌 최신 모델과 유사한 품질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정교한 지오메트리와 텍스처 품질을 제공하는지는 향후 개발자 커뮤니티의 평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NC AI는 바르코3D를 단순한 콘텐츠 제작 도구가 아니라 피지컬 AI 전략의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반영해 로봇이나 자율 시스템이 스스로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도록 만드는 AI를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체의 형상과 질감, 마찰, 충돌 특성이 반영된 대규모 3D 데이터셋이 필요하다. NC AI는 바르코3D가 대량의 3D 객체를 저비용으로 생산함으로써 로봇 시뮬레이션과 자율주행, 물류 자동화 등에서 사용할 가상의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가상 환경에서 현실과 유사한 상호작용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게 되면, 시뮬레이션과 실제 환경 간 격차를 줄이는 연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 팔이 다양한 모양과 재질의 물체를 집는 과제를 학습하려면 수많은 3D 오브젝트와 물리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바르코3D가 물체의 3D 형상과 표면 정보를 자동 생성해주면, 연구자는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변형 케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는 피지컬 AI 모델의 일반화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게임 데이터와의 연계도 바르코3D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NC AI는 바르코 보이스, 바르코 사운드, 바르코 트랜스레이션 등 멀티모달 AI 서비스를 이미 선보이고 있다. 바르코3D는 이들 서비스와 결합해 3D 캐릭터에 음성, 사운드, 다국어 번역까지 통합한 제작 환경을 지향한다. 동시에 엔씨의 상용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되고 있는 고품질 그래픽, 애니메이션, 사운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3D 생성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고도화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사업 모델 측면에서는 B2C와 B2B를 병행하는 구조를 그린다. 단기적으로는 AI 크리에이터 프로그램, 게임 제작 공모전, AI 인플루언서 협업 등과 연계해 개인 창작자를 모으고, 지역 기반의 창작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글로벌 크리에이터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기업용 SaaS와 API 플랫폼 형태로 확장해 중견·대형 스튜디오와 CG 외주사를 겨냥한 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API를 연동해 콘셉트 디자인 단계부터 프로토타입 애셋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식의 활용 시나리오가 열리게 된다.
3D 생성 AI의 확산은 저작권과 데이터 사용 규제, 제작자 권리 보호 논쟁과도 맞물려 있다. 글로벌에서는 2D 이미지 생성 AI를 둘러싼 학습 데이터 출처와 저작권 분쟁이 이미 현실화돼 있으며, 3D 모델 영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학습에 활용된 3D 에셋의 출처 투명성, 생성 결과물의 권리 귀속 문제, 게임·영화 제작 현장에서의 인력 구조 변화가 불러올 산업 재편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국내에서는 아직 3D 생성 AI에 특화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자율 규범과 업계 표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3D 생성 AI가 게임과 영상 산업의 생산성 격차를 벌리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숙련 아티스트는 더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작업에 집중하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모델링·리깅 작업은 AI에 위임하는 분업 구조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로봇 공학,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건축 설계 등 물리 환경을 가상 세계에 재현해야 하는 산업에서, 바르코3D와 같은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바르코3D가 디지털 트윈 구현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 가능한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면서, NC AI가 피지컬 AI 시대의 실질적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바르코3D가 창작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규범과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