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ADC 엘라히어 국내 도입…백금 저항 치료전략 재편 주목
난소암 항체 약물 접합체 ADC 기술이 치료 선택지가 부족한 백금 저항성 난소암 영역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애브비가 도입한 난소암 표적 ADC 엘라히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면서, 10년 이상 정체돼 온 국내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료와 ADC 플랫폼이 결합한 대표 사례로 보면서, 난소암을 넘어 여성암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시선을 두는 분위기다.
국내 허가를 받은 엘라히어의 성분명은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으로, 난소암 적응증을 가진 첫 ADC다. 이전에 1에서 3가지 전신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고 엽산 수용체 알파 FRa 양성이며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을 보이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됐다. 국내 도입에 앞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정식 허가를 받은 상태로, 글로벌 기준에서도 새로운 기전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엘라히어는 FRa 양성 난소암을 표적하는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ADC다. FRa는 암의 성장과 전이, 약제 저항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진행성 난소암에서 과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엘라히어는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체와 강력한 세포독성 물질을 링커로 연결한 구조로 설계됐으며, 종양 세포 표면 FRa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약물을 세포 내부로 전달한 뒤 방출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고 주변 암세포까지 연쇄적으로 공격하는 기전을 가진다. 특히 기존 세포독성 화학요법과 달리 표적 단백질 발현에 기반해 작용 대상을 선별한다는 점에서 독성 부담을 줄이면서 항종양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진행성 난소암은 1차 치료에서 수술과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이지만, 첫 치료 이후 약 70퍼센트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재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축적되는 패턴이 나타나며, 이 중 약 5분의 1은 백금 기반 치료 종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하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으로 진행한다. 이 단계에 도달한 환자는 전신 상태가 이미 많이 소모돼 있고 선택 가능한 항암요법이 제한적이어서, 새로운 기전의 표적 치료제 필요성이 높게 제기돼 왔다.
3상 임상시험에서 엘라히어는 FRa 양성이며 최대 3차 치료까지 경험한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비백금 기반 항암요법과 직접 비교됐다. 연구 결과 엘라히어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기존 표준요법 대비 35퍼센트 낮춘 것으로 보고됐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점62개월로, 대조군 3점98개월과 비교해 유의한 연장을 보였다. 객관적 반응률도 엘라히어군이 42점3퍼센트로 대조군 15점9퍼센트를 크게 상회했고,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역시 16점46개월 대 12점75개월로 차이를 보이며 사망 위험 33퍼센트 감소라는 임상적 효과를 입증했다.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 NCCN는 FRa 양성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 치료에서 엘라히어를 선호요법이자 카테고리 1 수준으로 권고했다. 국내 대한부인종양학회도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높은 근거 수준과 권고 등급을 부여하며 사용을 권장했다. 글로벌과 국내 가이드라인 모두에서 상위 권고를 받은 만큼, 향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채택률과 급여 정책 방향이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ADC 기술은 고형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방암과 비호지킨림프종 등에서는 이미 다수의 ADC가 상용화됐지만, 난소암 영역에서는 FRa를 표적하는 엘라히어가 첫 상업화 사례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HER2, TROP2 등 다른 표적을 겨냥한 ADC 개발도 진행 중이어서 난소암 내에서도 바이오마커에 따른 세분화 치료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엘라히어가 사실상 단독 플랫폼으로 출발하는 만큼 초기 관찰되는 실제 데이터가 향후 경쟁 약물 도입과 추가 병용 요법 전략 수립에 기준점이 될 수 있다.
한편 ADC는 표적 항체, 링커, 약물 등 복합 구성 요소를 가진 만큼 안전성 관리와 품질 규제가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면역원성, 독성 프로파일, 약동학 특성을 종합 평가해 허가 여부를 판단해 왔으며, 난소암 ADC의 경우도 각 단계에서의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력 저하와 안구 독성 등 일부 ADC 계열에서 보고되는 특이 부작용에 대해서는 국내 환자 특성을 반영한 감시 체계가 요구된다. 보험 등재와 관련해서도 고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비용 효과성 평가와 중증 암 환자 접근성 간 균형이 정책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영역에서 엘라히어 허가를 10년 만에 나온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FRa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뿐 아니라 전체 생존이 함께 개선됐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대조군과의 생존곡선 차이가 벌어지며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을 핵심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바이오마커 기반 ADC가 국내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에게 처음 제공되는 정밀의료 옵션이라는 점에서 향후 치료 알고리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난소암 ADC 도입이 실제 국내 환자에서 재현 가능한 효과를 보여줄지, 그리고 급여와 연계돼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을지에 따라 향후 여성암 ADC 개발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