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L만도 9 상승…북미 관세 인하·로봇 로드맵에 자율주행 기대 확산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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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 주가가 북미 관세 인하 정책과 로봇 사업 재편 기대를 동시에 타고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들어 단기 급등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자율주행·로봇 테마 대표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모멘텀이 겹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향후 로봇 사업 구체화 수준에 따라 증시 내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4일 장중 기준 HL만도 주가는 5만6,9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9.00 상승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는 52주 신고가인 5만8,000원 선을 터치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11월 말부터 시작된 상승으로 5일·20일·60일 이동평균선을 모두 상향 돌파해 정배열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지난 6개월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 구조적 상승 구간으로 이동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분석] 북미 관세 인하·로봇 로드맵… HL만도(HL Mando) 자율주행 테마 성장세 강화
[분석] 북미 관세 인하·로봇 로드맵… HL만도(HL Mando) 자율주행 테마 성장세 강화

주가를 견인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정부의 한국산 자동차 부품 관세 인하다. 미국 연방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 부품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소급 인하되면서 북미 매출 비중이 큰 HL만도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정상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마진율 개선 기대가 커진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용 부품 수요와 관세 인하 효과가 실적 가시성을 보완해준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로봇 사업 청사진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HL만도는 자율주행 로봇 사업부인 MSTG를 계열사로 이관하고, 로봇용 구동 부품인 액추에이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회사는 12월 11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로봇과 자율주행을 축으로 한 미래 사업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HL만도가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사를 넘어 자율주행·로봇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최근 1주일 동안 기관은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가며 물량을 쌓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12월 들어 3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기관과 동반 매수 흐름이 형성될 경우 추가적인 레벨업이 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이 커진 만큼 수급 쏠림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HL만도의 시가총액은 약 2조6,718억 원으로 코스피 157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과 함께 자동차 부품 업종 내 중형주로 분류되지만, 최근 전장·자율주행 테마 강세에 힘입어 성장주 프리미엄을 받는 구도다. 상장주식수는 약 4,695만 주로 유동성도 양호한 편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24.68 수준으로 업종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현대모비스 45.74,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36.63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재무 및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된 모습이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2024년 예상 매출액은 8조8,482억 원, 영업이익은 3,58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 주가 기준 PBR은 0.76배로 장부가 대비 저평가 구간에 위치하지만, PER은 14.69배로 동종 업계 평균을 웃돈다. 부채비율은 약 163 수준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로 평가되며, 이익 체력과 성장 모멘텀을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HL만도의 ROE는 약 5 수준으로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PER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비교했을 때, HL만도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려면 전장·로봇 부문의 실질적인 수주와 수익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테마 측면에서 HL만도는 자동차 전장, 자율주행, 로봇 등 핵심 성장 산업의 교집합에 자리한다. 최근 증시는 AI·로봇 기술과 결합된 하드웨어 기업에 높은 평가를 부여하는 흐름이 강하다. 특히 로봇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로봇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만큼, 관련 사업 로드맵이 구체화될 때마다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북미 관세 인하와 맞물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보완해주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향후 주가 흐름은 기술적 가격대와 이벤트를 동시에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52주 신고가인 5만8,000원 안착 여부가 관건이다. 이 가격대를 거래량 증가와 함께 뚫어낼 경우 6만 원대 진입 시도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돌파에 실패하면 단기 매물 출회로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어 5만4,000원 선 지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2월 11일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 전후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벤트 이전 기대감이 선반영된 가운데 발표 내용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시 격언인 뉴스에 팔아라 패턴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단기 상단을 제약하는 변수로 거론된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환율 변동성이 자동차 부품 업종 전반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거시 환경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북미 관세 인하와 로봇 로드맵이라는 중장기 호재에도 불구하고, 단기 주가 급등 이후 조정 국면이 섞일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향후 HL만도의 주가와 밸류에이션 흐름은 북미 실적 개선 속도, 로봇·자율주행 사업의 수주 성과, 글로벌 경기와 환율 등 대외 변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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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현대모비스#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