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치사 이중표적 네수파립”…온코닉, 전이성 위암 임상 확대 주목
합성치사 기반 차세대 표적항암 기술이 진행성 위암 치료 패러다임을 겨냥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이중표적 항암신약 네수파립이 재발·전이성 위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1b·2상 승인을 받으면서다. 기존 화학항암제 중심으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던 전이성 위암 영역에서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이 본격 시험 단계에 진입해, 글로벌 희귀암 시장 공략 구도에도 변화를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물질 네수파립에 대해 재발·전이성 위암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임상 1b·2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네수파립과 기존 화학항암제 이리노테칸을 병용 투여하는 설계로, 안전성, 내약성, 유효성을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3차 이상 치료를 이미 받은 재발·전이성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모집이 추진된다.

특히 이번 임상은 치료 대안이 매우 제한적인 진행성 위암 환자 집단에서 네수파립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수의 환자가 2차 치료 이후 효과적 옵션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전의 표적·병용 요법이 실제 생존기간 연장이나 질병 진행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수파립은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PARP를 억제함과 동시에 Wnt 신호경로 조절에 핵심적인 탄키라제까지 겨냥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합성치사란 특정 유전자 이상이나 암세포 특이 분자 경로에 의존하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전략으로,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면서 암세포를 보다 선택적으로 공략하는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수파립은 한 분자 내에서 두 표적을 동시에 조절함으로써, 기존 단일 PARP 저해제 대비 암세포 의존 경로 차단 범위를 넓히고 약제 내성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Wnt 신호는 위암과 췌장암 등에서 활성화돼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키라제는 Wnt 경로 조절을 담당하는 효소로, 이를 동시에 억제하면 DNA 복구 능력이 떨어진 암세포에 이중의 스트레스를 부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복합 기전이 난치성 고형암의 치료 반응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차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네수파립은 글로벌 희귀암 영역에서 포지션을 넓히고 있다. 2021년에는 췌장암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지정 승인을 받았고, 올해 3월에는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을 대상으로 희귀의약품지정을 추가로 획득했다. 희귀의약품지정은 개발 지원, 허가 심사 기간 단축, 시장 독점 기간 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상업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현재 네수파립은 췌장암 임상 2상에서 환자 투약이 개시된 상태다. 또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자궁내막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도 병행되고 있다. 동일 후보물질이 췌장암, 위암, 자궁내막암 등 여러 난치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다축 개발 전략이 추진되는 셈이다. 특히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은 종양 미세환경 조절과 DNA 손상 축적을 동시에 노려, 면역 반응을 증폭할 수 있는 조합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ARP 저해제를 중심으로 한 합성치사 전략이 난소암, 유방암 등에서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위암과 췌장암 같은 소화기계 난치암에 대한 명확한 성과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PARP와 탄키라제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표적 전략은 경쟁 약물 대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Wnt 경로는 다수 암종에서 공통적으로 관여해 광범위한 암종 적용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기술적 우위가 곧바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형암에서의 병용 설계 최적화, 환자 선별 바이오마커 발굴, 장기 독성 관리 등이 상용화의 관문으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은 최근 합성치사 계열 신약의 안전성 검증에 대해 보수적 접근을 유지하는 분위기여서, 단계별 임상 데이터 축적과 병용 전략의 과학적 근거 제시가 요구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진행성 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임상 수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네수파립이 이번 위암 임상 1b·2상을 통해 의미 있는 초기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희귀의약품지정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술이전과 파이프라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