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상계엄 종식 기념하자”…12월 3일 ‘국민주권의날’ 공휴일 추진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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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을 ‘국민 주권의 날’로 지정하고 법정공휴일로 정하자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며, 제헌절에 이어 또 하나의 민주주의 기념일이 공휴일로 추가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휴일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함께,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가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은 이달 5일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12월 3일을 ‘국민 주권의 날’로 지정하고 공휴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개정안은 국회에 회부된 상태로,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허 의원이 제안한 국민 주권의 날은 2024년 12월 3일 발생했던 비상계엄 사태의 종식을 기념하는 날로 설정됐다. 당시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위협한 중대한 위기로 평가되지만, 국민 여론과 헌법 질서에 따라 상황이 수습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허 의원은 이 점에 주목해 “국민의 뜻과 헌법 질서에 의해 비상계엄 사태가 종식된 것을 기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발의 취지를 설명하며 “국민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임을 다시 증명한 날이 바로 12월 3일이다”라며 “이날을 국가적으로 기념해 어떠한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을 되새기고, 국민 주권의 가치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이달 3일 공개 발언을 통해 같은 취지를 언급했다. 그는 “국민 주권 정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 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해당 날짜를 공식 기념일로 삼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바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국회에서 실제 공휴일 지정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국경일·기념일을 둘러싼 논의는 최근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문제와 맞물려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7월 17일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향후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며, 통과 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내년부터 제헌절이 다시 쉬는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제정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로,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 공포 이후 국경일로 운영돼 왔다. 1950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돼 시행됐지만, 2005년 참여정부 시기 주 5일제 도입 과정에서 재계 요구에 따른 공휴일 축소 정책이 추진되면서 공휴일 지위를 잃었다. 현재 국경일 중 공휴일이 아닌 날은 제헌절이 유일하다.

 

과거 한글날의 경우도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공휴일 축소에 대한 반발과 문화·정체성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이어졌고,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환원된 전례가 있다. 제헌절과 국민 주권의 날 논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헌정사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기념할지에 대한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번 국민 주권의 날 지정안은 단순한 휴일 확대를 넘어, 비상계엄 사태라는 구체적 정치·헌정 위기를 국가적 기념일로 어떻게 기억할지에 대한 쟁점도 내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주의 회복을 기념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특정 시기 정치 상황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휴일 지정 범위, 명칭, 기념 방식 등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공휴일 제도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과 관련 법률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공휴일 확대는 노동·경제계에 휴일 증가에 따른 비용 문제, 자영업자·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 휴식 보장 문제 등 구조적 논의를 동시에 불러온다. 따라서 국민 주권의 날 법정공휴일 지정 여부는 단지 하루를 더 쉬느냐의 문제를 넘어, 공휴일 제도 전반과 노동 환경, 민주주의 교육 방식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촉발할 전망이다.

 

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안은 향후 정기국회·임시국회 일정에 따라 상임위 심사와 본회의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 수렴이 이뤄질 경우, 민주주의 기념일의 의미와 공휴일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념일 지정과 공휴일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법안 처리 속도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민 주권을 기념하자는 취지와 실제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는 휴식·노동 환경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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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의날#허영의원#제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