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로 농협 금융 고도화 지원…SK AX, 차세대 정보계 착수

신유리 기자
입력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경영이 금융권 전반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SK AX가 농협 상호금융의 차세대 정보계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전국 1000곳이 넘는 농·축협 영업망에 생성형 AI와 데이터 플랫폼을 접목해 고객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프로젝트로, 지역 밀착 금융기관의 디지털 전환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농협 사례가 향후 지역 금융사와 상호금융권 전반의 AI 도입 확대를 자극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 AX는 농협의 고객 맞춤 금융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상호금융 차세대 정보계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상은 전국 1110개 농·축협으로, 지역과 업종별로 다른 영업환경과 고객 특성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해 영업 전략과 마케팅, 고객관리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도 고객 정보는 분산돼 존재했지만, 이를 실시간 분석해 정교한 서비스와 상품 추천으로 연결하는 AI 기반 체계는 부족했다.

새 시스템의 기술적 중심축은 생성형 AI와 데이터 표준화다. SK AX는 농·축협 조합원과 준조합원, 지역 주민 등 다양한 고객군을 세분화하고, 대규모 고객 데이터를 생성형 AI로 분석해 행동 패턴과 관심사를 추출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과거 거래 내역과 채널 접속 기록, 상품 이용 이력 등 구조화된 데이터뿐 아니라 상담 기록 같은 비정형 데이터까지 분석 범위에 포함해 기존보다 세밀한 고객 프로파일링을 구현하는 접근이다.

 

프로젝트는 크게 마케팅 플랫폼, 데이터 플랫폼, BI 포털 등 세 축으로 2년에 걸쳐 구축된다. 마케팅 플랫폼은 고객의 실시간 관심 신호와 행동 패턴을 포착해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이 모바일 채널에서 예금 상품을 반복 조회하거나 농기계 관련 대출 정보를 탐색할 경우, AI가 이를 감지해 금리 조건이나 상환 구조를 최적화한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방식이다. SK AX는 이러한 선제적 제안 기능이 농·축협이 강조해 온 먼저 돕는 금융 서비스 전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상담 환경도 바뀐다. 마케팅 플랫폼에는 고객 정보를 한 화면에서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싱글뷰 상담 기능이 도입된다. 지금까지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확인하던 기본 신상, 거래 이력, 담보 현황, 연체 여부 등의 정보가 단일 화면에 정리되면서 상담 정확도와 처리 속도가 동시에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면 상담 비중이 높은 농·축협 영업 특성과도 맞물려 고객 체감 서비스 수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플랫폼은 정보계 시스템의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한다. 우선 부서와 시스템마다 제각각 사용되던 용어와 정의를 통합해 데이터 사전을 구축하고, 이를 전사 표준으로 삼는다. 여기에 데이터 변경 이력과 영향도를 자동 추적하는 메타데이터 관리 체계를 더해, 어느 지점에서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수정됐는지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SK AX는 이런 구조를 통해 전국 농·축협이 동일한 기준으로 고객 정보를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게 돼 지점 간 서비스 편차를 줄이고 업무 효율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직원 데이터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BI 포털도 새로 구축된다.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고 분석 결과를 시각화해 주는 셀프 BI 기능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작물별 대출 수요나 외국인 고객 증가 추세를 알고 싶다면, 전문 쿼리 언어 대신 일상 언어로 문의해도 지점별 비교 그래프와 요약 분석을 제공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분석 전담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현장 직원이 직접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과 리스크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대규모 시스템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SK AX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개발 자동화 플랫폼 다비스를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한다. 다비스는 요구사항 분석과 데이터 모델 설계, 테스트 자동화 같은 반복적 업무를 지원해 설계와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변경 이력과 영향도를 실시간 추적해 품질을 관리하는 도구다. 복잡한 정보계 시스템에서 잦은 요구사항 변화가 발생하는 만큼, AI를 활용한 개발 공정 관리가 전체 프로젝트 리스크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업은 금융권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 기반 개인화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카드 결제, 이체 패턴, 위치 정보 등을 활용해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해 왔다. 반면 농·축협 등 상호금융권은 대면 중심 영업과 시스템 분산 구조 탓에 데이터 활용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SK AX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상호금융권 전반으로 AI 기반 정보계 고도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에서도 지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AI 기반 고객 분석과 리스크 관리 도입이 활발하다. 미국과 유럽 지역은행들은 신용평가에 대체데이터를 활용하고, 농업 금융에는 위성 이미지와 기상 데이터를 결합해 상환 리스크를 예측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농·축협도 향후 이런 외부 데이터와의 결합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경우, 농업과 축산업 특화 금융상품의 정교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지역 금융에 AI를 도입할 때는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설명 가능성 확보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고객군 특성상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 비중이 높은 만큼, AI 추천 결과를 직원이 이해하고 고객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금융보안 가이드라인과 데이터 활용 규제 흐름도 차세대 정보계 시스템의 확장 속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된다.

 

김남식 SK AX 금융사업본부장은 농·축협의 고유한 구조와 운영 방식을 고려한 AI 기반 AX 모델을 구축해 데이터와 AI 활용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업이 농·축협 금융 의사결정 전반과 고객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업계는 SK AX와 농협의 프로젝트가 상호금융권 디지털 전환 속도를 얼마나 앞당길지, 그리고 실제 영업 현장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skax#농협#ai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