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DC 임상 데이터 입증”…리가켐바이오, 기술수출 기대감에 19만 원대 안착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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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의 항체약물접합체 ADC 임상 데이터가 가시화되며 주가와 기술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12월 4일 장중 리가켐바이오 주가는 19만4,30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2.42% 오르며 19만 원대에 안착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가능성이 어느 수준에서 현실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고, 향후 코스닥 바이오 섹터 내 자금 재배치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다. 11월 말 19만 원선을 강하게 상향 돌파한 뒤 단기 차익 매물 소화 과정을 거쳤고, 18만9,000원대에서 견고한 지지력을 확인하는 모습이다. 이날 장중 고가는 20만3,5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 영역에 근접했고, 1개월 전 저점 대비 변동폭을 키우며 우상향 기조를 강화했다.

[분석] ADC 기술력 입증… 리가켐바이오, 바이오주 기술 경쟁력 부상
[분석] ADC 기술력 입증… 리가켐바이오, 바이오주 기술 경쟁력 부상

상승장의 핵심 동력은 주력 파이프라인 LCB14의 임상 성과다. 특히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효능이 확인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LCB14는 HER2를 타깃으로 하는 ADC 후보물질로, 최근 공개된 임상 데이터에서 엔허투 등 기존 약제에 내성을 나타낸 환자 4명 가운데 3명에서 부분관해가 관찰됐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술의 차별성을 입증한 결과로 평가하면서, 글로벌 ADC 시장에서 대체 혹은 보완 치료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1개월 누적 기준으로 기관 투자자는 11월 26일과 28일, 12월 1일과 2일에 집중적인 순매수를 보이며 물량을 비축했다. 이 기간 기관 매수가 유입될 때마다 단기 반등세가 강화된 반면, 외국인 매도 국면에서는 단기 조정이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다만 최근 1주일 동안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가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시가총액 약 7조1,133억 원, 상장주식수 약 3,661만 주를 기반으로 코스닥 시총 6위권에 자리 잡고 있어 명실상부한 코스닥 대표 바이오주로 꼽힌다. 알테오젠 등 동종 코스닥 경쟁사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 비해 ‘체급’은 작지만, ADC 분야에 특화된 기술 경쟁력은 업계 최상위권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외국인 지분율은 11.85% 수준으로 셀트리온(21.4%)보다는 낮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12.71%)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며, 글로벌 자금의 관심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재무 구조는 아직 이익 전환에 이르지 못했지만,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밸류에이션을 떠받치고 있다. 증권가가 추정한 2024년 매출액은 1,259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9억 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부채비율 약 19.87%, 당좌비율 469.39% 등 재무건전성 지표는 업계 평균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단기 손익보다는 탄탄한 유동성 덕분에 중장기 R&D 투자를 이어갈 체력이 충분하다고 해석한다.

 

증권사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0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목표주가에 근접해 있는 만큼, 향후 실제 매출 확대와 기술이전 계약 등 실적 가시성에 따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재점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상장주식수와 시가총액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수준의 주가와 시총 순위는 상당 부분 미래 성장성을 선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주가 모멘텀을 세부적으로 보면, LCB14 임상 데이터가 단연 최대 변수다. 엔허투에 내성을 보인 환자에게서도 부분관해가 나온 것은 글로벌 시장의 절대 강자인 기존 치료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후보군이 등장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 자체 가치가 크게 상향 조정될 여지를 키운 것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기술적 성과는 곧바로 글로벌 기술이전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리가켐바이오가 복수의 해외 대형 제약사와 기술이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 초까지 가시적인 계약이 성사될 개연성도 거론되고 있어, 단순한 테마성 기대를 넘어 구체적인 협상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기대가 11월 후반부터 선제적인 매수 자금 유입을 자극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거시 환경과 섹터 구도 또한 리가켐바이오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단기 조정 국면과 맞물려 바이오 섹터로의 섹터 로테이션이 진행된 가운데, K-바이오 액티브 ETF 등 관련 펀드들이 리가켐바이오를 중심 편입 종목으로 구성하며 수급 효과를 키웠다. 12월 들어 약가 제도 개편 이슈가 부각되자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전통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진 반면, 독자적인 신약 플랫폼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는 규제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종목으로 분류되며 투자 매력이 부각됐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오리온 그룹 편입 이후 경영 안정성이 강화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대기업 계열사로 들어가면서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줄었고, 이는 장기적인 R&D 로드맵과 글로벌 사업 전략을 실행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바이오텍 특유의 재무 불안정성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리가켐바이오를 ADC 플랫폼 테마의 대표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임상 데이터 발표가 테마 상승의 출발점이었고, 이후 대규모 기술수출 성사 기대가 주가를 받치는 구조가 형성됐다. 테마성 기대감에만 의존하는 종목과 달리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기술주 성격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향후 발표되는 추가 임상 결과와 파트너십 소식이 주가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높은 성장 잠재력과 기술특례 프리미엄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어, 전통적인 대형 바이오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생산과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캐시카우’라면, 리가켐바이오는 임상과 기술수출 모멘텀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어 모멘텀과 수급 중심의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투자 전략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19만 원선 지지 여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1개월 수급 동향을 감안할 때 18만9,000원에서 19만 원 구간이 강력한 매물 소화 및 지지 구간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범위가 유지된다면 추가 상승 시도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18만9,000원 이탈 시 18만 원 초반까지의 조정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고,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전고점인 20만3,500원 돌파 시 52주 신고가 갱신 랠리가 이어질 여지도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술이전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미리 반영된 상황에서 계약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거나 일정이 지연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가 글로벌 금리 경로, 유동성 여건 등 거시 변수에 민감하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리가켐바이오 주가 흐름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상 진척도, 추가 임상 데이터, 금리·환율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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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lcb14#adc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