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후 13 상승”…무학, 자사주 맞교환 논란 속 투자심리 회복
종합주류기업 무학 주가가 자사주 맞교환 논란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공시를 계기로 급등 흐름을 보이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0.29배에 그쳤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표하듯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 머물던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발표되자 시장의 재평가 요구와 맞물리며 수급이 급변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자사주 이슈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려는 회사 측 행보와 가치주 재조명 기류가 겹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향후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공개될 경우 중소형 가치주의 밸류업 확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오후 2시 50분 기준 무학은 전 거래일보다 1,120원13.43 오른 9,46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거래량은 50만 7,219주로, 전일 4만 6,449주의 10배를 웃돌았다. 지난 12월 초 이후 8,000원 초중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는 대량 거래를 동반한 장대 양봉으로 단기 저항선을 한 번에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반등을 넘어 자사주 논란으로 실망 매물을 내놨던 투자자들의 물량을 새로운 매수 주체가 강하게 흡수하고 있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주가 방향을 바꾼 직접적인 계기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다. 무학은 29일 밸류업 계획을 내놓으며 저평가 해소와 주주환원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이달 중순에는 삼성공조와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거래를 진행해 “정부의 자사주 소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우회 수단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장에서는 소각을 통해 소멸돼야 할 자사주가 제3자에게 넘어가 의결권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지배구조 왜곡 우려를 제기했었다. 이번 밸류업 공시는 이러한 불신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며 단기적으로 투자자 심리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외국인은 26일 1만 4,260주, 29일 2만 4,159주를 순매도하며 이탈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1.8 수준으로 연초와 비교하면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이날 급등세가 나온 것은 외국인 매도 물량을 국내 기관과 개인이 적극적으로 받아내며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이 2,696억 원 수준에 불과한 중소형주 특성상 특정 수급 주체의 매수세만으로도 주가 탄력이 쉽게 확대되는 구조여서 향후 물량이 더 잠기면 품절주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학의 밸류업 모멘텀을 떠받치는 것은 펀더멘털과 저평가 지표다. 현재 PBR 0.29배는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의 3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장부가 대비 현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자산주이자 가치주로 분류될 만한 구간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5.51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이 더해져 배당을 중시하는 투자자층에는 안정적인 하방 안전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계획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정기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 구체적인 숫자로 이어질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적 구조 변화도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무학의 수출 비중은 2022년과 2023년 사실상 0에 가까웠지만 2024년 들어 11.64 수준까지 상승했다.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 등 주력 제품의 해외 진출 확대와 미국 롤링스톤 스피릿 어워즈 수상 등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효과가 매출 구성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내수 경기와 주류 소비 사이클에 민감한 내수 소비재로 묶여 저평가돼 왔던 무학이 수출 성장 스토리를 추가하며 멀티플 재평가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사주 맞교환 거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밸류업 계획에 담긴 방향성과 원칙이 실제 재무 지표와 현금흐름에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분간은 회사가 추가로 내놓을 세부 실행 방안에 따라 투자자 신뢰가 재차 흔들리거나, 반대로 주가 재평가가 가속화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 흐름과 관련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날 형성된 대량 거래 구간을 단기 기준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는 9,000원 선을 지지선으로 안착하는지가 추세 전환의 유효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관점에서는 5 수준의 배당 매력과 두 자릿수로 올라선 수출 비중 확대 추이를 확인하면서 조정을 이용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평가도 제시된다.
시장에서는 무학의 후속 공시와 함께 정부의 자사주 규제 방향, 가치주 밸류업 기조 지속 여부 등에 따라 주가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 세부 내용과 수출 성장 속도를 핵심 체크 포인트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