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의 햇살·빵집의 향기”…안성에서 만나는 여유와 미식의 풍경
요즘 경기도 안성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예전엔 목장과 썰매장 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빵집·마라탕집·산책길까지 다채로운 풍경과 미식이 일상을 채우는 새로운 여행지가 됐다. 소박한 하루의 끝에 남는 여유, 그 감각을 위해 안성을 찾는 이들이 느리게 늘고 있다.
먼저, SNS에선 마라순코우 안성본점 인증샷이 유행이다. 인지동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얼얼한 맛과 신선한 마라 재료로 소문난 전문점이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풍미 깊은 마라탕을 즐기며, 즉석에서 재료를 골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다. 직접 다녀온 한 시민은 “매운 음식이 속을 뚫어줄 때 그날의 피로가 싹 가신다”며 마라탕의 ‘중독’을 고백했다.

조금 발길을 옮기면 한적한 전원 풍경 속 작은 제빵소도 만난다. 하에레츠 설동제빵소는 커다란 창 너머로 평화로운 들판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갓 구운 빵의 내음, 쌉싸래한 커피와 달큰한 음료가 휴식의 품격을 더한다. 빵을 들고 창밖을 내다보다 보면, 하루의 번잡함이 조용히 가라앉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런 변화는 여가수요와 숨 돌릴 공간을 찾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여유’와 ‘음식’, ‘자연’에 대한 관심이 최근 1년 새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도심 근교에서 하루를 보내려는 ‘근교 여행족’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안성의 대표 공간인 안성맞춤랜드와 안성목장도 눈길을 끈다. 안성맞춤랜드는 사계절 썰매장, 천문과학관, 남사당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잘 갖춰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계절마다 산책로를 걷는 재미가 각별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환한 표정이다. 드넓은 안성목장은 황금빛 들판에서 목가적인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곳. 자연 속에서 걸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을 맛본 이들은 “드라마 속 장면처럼 낯설고도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느린 여행’ ‘경험 중심 라이프’로 부른다. 도시의 분주함을 벗어나 조용한 시골길, 좋은 식당, 풍경 좋은 장소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해석한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빵 한 덩이에 잠깐의 휴식이 따라온다”, “아무 계획 없이 앉아 있어도 좋았다”는 댓글이 적지 않다.
작고 사소한 풍경일지라도,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안성은 ‘당신만의 휴식’을 위한 풍경을 안겨준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까운 시골, 좋아하는 빵과 얼큰한 마라탕 한 그릇, 그리고 평화로운 목장의 햇살. 그곳에서의 하루는 삶의 시계를 조금 느리게 돌린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