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인하 정도와 시기 따질 것”…미국 연준, 매파적 금리 인하로 시장에 경고장
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USA)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향후 추가 인하에 대해 ‘정도와 시기’를 따로 언급하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분명히 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통화완화 기조에 대한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고 있다. 완화 방향을 유지하되 보폭은 좁히는 이 같은 접근이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에도 영향을 줘 향후 각국 중앙은행 행보에 변수를 추가하는 모습이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 낮춘 3.50∼3.75% 범위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미 0.25%포인트 인하를 선반영해 온 만큼 깜짝 결정은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리 수준보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정책결정문 표현에 쏠렸다. FOMC는 성명에서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고려함에 있어”라는 문구를 사용해 앞으로 금리 인하 폭과 시점을 세밀하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연준은 10월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조정을 고려함에 있어”라는 표현만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정도와 시기’를 추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 변화가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명목상 기준금리를 낮추면서도 향후 행보에 제동을 거는 ‘매파적 인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월가에서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달 “가까운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언급한 이후 이번 12월 0.25%포인트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 왔다.
이런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경로를 둘러싼 의견 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반대하고 동결을 주장했다. 10월 회의에서 동결 의견을 낸 인사는 슈미드 총재 1명뿐이었으나, 직전 회의에서 인하에 찬성했던 굴스비 총재까지 이번에 동결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말자’는 견해를 밝힌 위원이 2명으로 늘었다.
반대로 보다 완화적인 ‘비둘기파’ 스탠스를 고수하는 인사도 여전하다.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10월에 이어 12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 큰 폭의 인하를 요구했다. 이런 온도차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둔화 우려 사이에서 여전히 어려운 균형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월 FOMC 회의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것도 내부적으로 인하 속도와 관련한 논쟁이 존재함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번 결정은 세계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이번 인하를 가격에 반영해 왔지만, ‘정도와 시기’를 강조한 문구 탓에 내년 인하 횟수와 시점에 대한 베팅을 다시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USA) 금리 경로는 신흥국 자본 흐름과 환율, 채권금리 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아시아와 유럽(Europe)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연준의 문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각국 통화당국은 물가와 성장 지표를 감안하면서도, 미국보다 성급한 완화에 나설 경우 통화가치 급락과 자본 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연속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차기 연준 의장 인선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백악관의 후임 인선 움직임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워싱턴 금융가에서는 이르면 이달 안에 최종 단수 후보가 지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FOMC 결과 발표에 앞서 한 방송 인터뷰에서 향후 금리 인하와 관련해 “확실히 0.50%포인트 또는 그 이상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호하는 보다 공격적인 통화완화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당선 시기부터 연준에 낮은 금리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과 완화 속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번 결정이 완화 전환의 확실한 신호인지, 아니면 여전히 인플레이션 경계를 우선한 제한적 인하인지 가늠하려 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연준이 인하를 단행하면서도 매파적 톤을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내년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물가 흐름, 정치 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리 경로를 다시 바꿔 놓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메시지와 차기 의장 인선이 맞물리며 세계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미국 통화정책이 국제 금융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