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 논란 재평가…켄뷰 장기 복용 안전성 제시
아세트아미노펜이 만성 통증 관리에서 간독성 논란과 달리, 용량 수칙을 지키면 장기간 복용에도 안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로 일상적 진통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약물 안전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가 임상 현장 데이터를 토대로 계열별 진통제의 위험과 이득을 재정리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위장관질환 등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 선택 가이드가 제시되면서, 통증 치료 전략 전반의 재설계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석을 고령·만성질환자 중심 통증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판매의 컨슈머헬스 사업부를 분할해 출범한 켄뷰는 30일 백서 환자의 통증 관리 격차 해소를 발간하고, 일반의약품 진통제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임상 활용 기준을 제시했다. 백서는 타이레놀의 유효 성분으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을 비롯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NSAIDs,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등 주요 계열을 비교 분석했다. 과거 과량 복용 사례를 중심으로 제기돼온 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 우려에 대해, 권장 용량을 지키고 의사나 약사 지시에 따라 사용할 경우 장기간 복용에도 안전한 진통제로 다수 연구에서 평가된다고 정리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소량의 독성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권장 용량을 초과해 복용하거나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이 독성 물질이 축적돼 급성 간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간독성 논란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백서는 체중과 간 기능을 고려해 최대 일일 용량을 지키고, 병용 약물을 관리하는 조건에서는 간세포 손상 위험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NSAIDs는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해 위궤양, 위장관 출혈 등을 촉진하고, 신장 사구체 혈류 감소를 통해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백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위장관, 심혈관계, 신장계에 미치는 부담이 NSAIDs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약물 상호작용 범위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피오이드는 강력한 진통 효과에도 불구하고 의존성과 호흡억제, 변비 등 부작용 우려가 커 장기간 만성 통증 관리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분석은 약리학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에서의 처방 패턴과 환자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백서 제작에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3개국 의료진이 참여했다. 각국의 상이한 보험제도와 진료 환경에서 축적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 어떤 진통제 조합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사례 중심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반태현 교수는 만성 신장질환자처럼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신장애를 포함한 기저질환을 동반하거나 고령인 환자군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중국 북경대학병원 리앙 첸 교수는 고령자와 심혈관, 위장 질환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이 NSAIDs보다 부작용 위험이 낮아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마운트알베르니아병원 호 콕 유엔 교수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을 우선 고려하며, 안전성이 검증돼 1차 진통제로 권장된다고 평가했다. 세 국가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환자의 기저질환과 동반 약제를 고려한 계열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으로, 단일 계열 중심이 아닌 맞춤형 진통제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세계적으로 15억 명 이상이 만성 통증을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러한 환자는 통증을 방치하면 일상 기능 저하와 우울, 활동량 감소 등을 겪지만, 무분별한 진통제 사용은 위장관 출혈, 심근경색 위험 증가, 신부전 악화 등 새로운 중증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통증 조절과 약물 부작용 사이의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기준 국내 골관절염과 만성신장질환 유병률은 각각 8퍼센트를 넘어섰다. 인구 구조가 초고령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릎과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통증과 만성 신장 질환을 동시에 가진 고위험군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NSAIDs 사용 시 위장관 및 신장계 부작용 위험이 높아, 통증 조절을 하면서도 장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체 진통제가 필요하다. 백서는 이런 관점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핵심 옵션으로 재조명한다.
세계보건기구는 1986년 암성 통증 관리 지침에서 경증에서 중등도 통증 치료 시 아세트아미노펜을 1차 치료제로 권고한 바 있다. 이후 미국노인의학회와 미국심장협회도 고령 환자와 심혈관질환 환자의 통증 조절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먼저 고려하도록 권고해왔다. 다만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간독성에 대한 우려가 과장되거나, 인터넷 정보만을 근거로 복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약이나 항응고제처럼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검증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약국 현장에서도 유사한 고민이 반복되고 있다. 태전온누리약국 이상록 약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WHO가 1차 진통제로 권고할 만큼 안전성과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만 여전히 부작용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혈압과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와 고령층은 어떤 진통제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백서가 환자 상태에 따른 약제 선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사와 약사의 상담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통증 관리가 의료 시스템의 상시 과제가 된 만큼, 개별 약물의 독성 논란만이 아니라 계열별 위험 대비 이득을 과학적으로 비교하고 환자 특성에 맞는 조합을 설계하는 접근이 중요해졌다고 본다. 동시에 소비자 스스로도 용량과 복용 간격을 지키고, 음주와 병용 약제를 관리하는 기본 원칙을 숙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백서가 안전한 통증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의 출발점이 될지, 실제 임상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