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예외 빠져 미흡”…이상일 용인시장, 반도체특별법안 상임위 통과에 쓴소리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국회가 충돌했다. 용인시를 반도체 산업 거점으로 키우고 있는 이상일 용인시장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지난 4일 통과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규정을 담지 못한 점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수년간 절박하게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인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를 외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반도체특별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연구·개발 현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시가 추진 중인 초대형 반도체 투자 계획도 언급됐다. 이 시장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가 투자 규모를 122조원에서 60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처인구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가 조성되는 기흥캠퍼스에는 20조원이 투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용인 투자 규모가 3조4천억원에 이르는 등 관내에 1천조원에 육박하는 투자 계획이 잡혀 있는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첨단기술을 개발하도록 법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설비 투자 못지않게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의 연구·개발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환경의 특성상 인재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서 일할 수 있도록 주52시간제의 경직성을 탈피해 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안은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을 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하루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6일간 일하자는 소위 996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국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국들의 장시간 근무 관행과 비교해 한국의 근로시간 규제가 연구·개발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 시장은 끝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땐 연구·개발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가 허용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상임위 단계에서 빠진 R&D 특례 조항을 본회의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완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및 기반 시설 조성·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반도체특별법안을 둘러싼 근로시간 규정과 지원 범위 등을 놓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