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봇 레보아이, 파라과이 재수출…중남미 확산 거점 노린다
수술로봇 기술이 신흥 의료시장인 중남미의 병원 인프라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국내 의료로봇 기업 미래컴퍼니가 자사 수술로봇 레보아이를 파라과이에 다시 수출하며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이엔드 장비 중심으로 형성돼 온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에서 국산 로봇이 교육 허브까지 선점하려는 흐름이어서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22일 수술로봇 레보아이가 파라과이에 두 번째로 수출된다고 밝혔다. 이번 공급 물량은 일반 병원 진료가 아닌 트레이닝센터에 설치돼 로봇수술 교육과 집도의 양성에 사용될 예정이다. 미래컴퍼니는 레보아이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로봇수술 교육 환경을 구축해 현지 의료진에게 표준화된 수술 술기를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레보아이 집도의들의 임상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레보아이는 이미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위치한 산타 바바라 병원에 도입돼 실제 환자 수술에 활용 중이다. 상용 임상 현장에 이어 교육 인프라까지 확보한 셈으로, 회사 측은 파라과이 내 레보아이 사용 병원과 교육센터를 연계해 수술 케이스 축적과 사용성 개선, 추가 도입 확산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이번에 구축되는 트레이닝센터는 파라과이를 거점으로 주변 중남미 국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및 확산 허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다. 미래컴퍼니는 다국적 외국인 의사를 대상으로 한 로봇수술 워크숍과 프로터십, 인증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레보아이 사용 경험을 넓혀 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제품 판매를 넘어 교육 생태계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락인 효과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수술로봇 도입이 빨라지는 남미는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코그니티브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약 88억 1560만 달러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남미 시장은 2024년 기준 4억 4078만 달러로 전체의 약 5퍼센트를 차지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2031년까지 연평균 16.6퍼센트 성장률이 예상돼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지역으로 평가된다.
파라과이는 레보아이 도입을 계기로 로봇수술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로 분류된다. 고가 수입 장비 위주로 과점화된 다른 국가와 달리, 도입 초기부터 국산 장비 기반의 교육센터가 들어서면서 수술로봇 표준과 임상 경험이 레보아이를 중심으로 축적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재수출은 중남미 시장 내에서 레보아이의 가격 경쟁력과 임상 성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수술로봇 대중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다빈치로 대표되는 미국계 선도 기업이 고급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비용과 사용성을 앞세운 신규 플랫폼이 신흥국과 중형 병원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는 구도가 형성돼 왔다. 중남미는 보험 체계와 병원 재정 여건상 고가 장비 도입에 부담이 큰 만큼 국산 로봇의 실사용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지역 중 하나다.
수술로봇 확산에는 각국의 의료 규제와 보험 제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남미 다수 국가에서는 로봇수술 수가 체계가 아직 정교하게 갖춰지지 않아 장비 도입 결정이 병원 자체 투자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센터와 연계한 도입 모델은 초기 투자 부담을 분산시키고, 일정 수술 건수 이상을 보장할 수 있어 병원 의사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파라과이 트레이닝센터가 실제로 인근 국가 의사 교육 수요를 흡수할 경우, 향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대형 시장에서의 레보아이 도입 협상에도 긍정적인 레퍼런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지에서 축적된 수술 결과 데이터와 교육 프로그램은 추후 각국 규제기관 심사나 보험 등재 논의에서도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호근 미래컴퍼니 수술로봇 사업부문장 전무는 이번 트레이닝센터 구축이 현지 로봇수술 교육 인프라를 강화하고 레보아이 확산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파라과이를 시작으로 중남미 전역에서 레보아이 수술 네트워크를 넓혀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계는 미래컴퍼니의 시도가 실제 도입 물량 확대와 장기적인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