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심장영상·맞춤기기로 선천성 심장병 치료혁신…식약처, 편견 깨며 지원 확대
선천성 심장병을 둘러싼 공포와 편견이 의료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전초음파와 3차원 영상기술로 임신 중기부터 심장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출생 후에는 심장 개흉 수술 대신 카테터를 이용한 심도자 시술과 맞춤형 인공혈관·인공판막으로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선천성 심장질환 분야가 영상·소재·디지털 헬스 융합의 대표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일 유튜브 채널 식의약 안심패밀리를 통해 선천성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 생활관리 정보를 공개하고 지나친 불안과 오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천성 심장병은 태아기의 심장 형성 과정에서 구조적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신생아 1000명당 약 8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군이다. 심실중격결손, 심방중격결손, 팔로4징, 대혈관 전위 등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며, 혈액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피부와 입술, 손발 끝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 유무에 따라 임상 양상이 구분된다.

진단 단계에서는 임신 중기 태아 심장 초음파가 핵심이다. 고해상도 초음파와 3차원·4차원 심장영상 기술이 결합되면서 태아기 심장 구조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형 병원 일부는 태아심장 전용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심실·심방 사이의 작은 결손이나 대혈관 위치 이상까지도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검출하고 있다. 출생 후에는 심장초음파, CT, MRI 같은 영상장비와 컴퓨터 기반 3D 모델링을 통해 수술 또는 시술 방식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치료 방법도 과거와 달라졌다. 결손 크기와 위치, 동반 기형 여부에 따라 아이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고, 적극적 개입이 필요할 때에도 반드시 개흉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리나 팔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까지 진입시키는 심도자 시술로 구멍을 막거나, 좁아진 혈관과 판막을 넓히고 치환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카테터 안에서 확장되는 금속·폴리머 재질 기구와 생체적합성 인공판막, 약물 방출 코팅 같은 바이오소재 기술 도입으로, 회복 기간과 흉터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성장기 환아의 체격 변화를 고려해 직경을 단계적으로 넓힐 수 있는 확장형 인공혈관이나, 심장 CT 데이터를 기반으로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는 맞춤형 심혈관 모델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런 기술 발전은 복잡 심기형에서도 반복 수술 횟수를 줄이고, 운동 능력과 장기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선천성 심장병은 일괄적으로 운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인식과 달리, 적절한 치료와 추적 관찰을 거친 다수 환아가 일반 아동과 유사한 수준의 활동을 소화하고 있다고 의료계는 설명한다.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선천성 심장병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AI 기반 예후 예측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수만 명 단위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수술 시기, 시술 기법, 동반 질환에 따른 생존율을 예측하고,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임상 의사결정지원 시스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병원이 심장초음파 영상과 전자의무기록을 결합해 수술 전후 위험도를 자동 산출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나서는 등 뒤를 쫓고 있다.
다만 소아심장 분야는 희귀·난치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의료기기 상용화 과정에서 경제성 한계와 규제 장벽이 동시에 존재한다. 소아용 인공혈관과 인공심장판막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제품은 기업 입장에서 개발 유인이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각국 규제기관은 희소의료기기를 별도로 지정해 신속 심사와 수입 절차 간소화를 병행하는 추세다. 미국 FDA의 인허가 트랙과 유럽의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규정 개편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 식약처는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인공혈관과 인공심장판막 등을 희소 긴급 도입 필요 의료기기로 지정해 패스트트랙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반 허가 절차를 거치면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공급이 어려운 제품을 별도 제도를 통해 우선 도입하는 방식이다. 규제기관이 단순 심사기관을 넘어 치료 접근성 제고 역할을 병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윤리·정책 측면에서는 산전 진단 확대에 따른 심리적 부담과 선택의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선천성 심장병이 유전 질환이라는 오해, 치료가 매우 어렵고 평생 큰 제약을 안고 살아간다는 편견이 여전해 임신부와 가족에게 과도한 불안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식약처가 공식 채널을 통해 의학적 사실과 최신 치료 성적을 반복적으로 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 의료진 상담을 전제로, 치료 가능성과 장기 예후를 균형 있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인식 개선 노력은 환아와 청소년 스스로도 이어가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2016년부터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꾸려 매년 20회 이상 국내 명산을 등반하며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는 활동을 해왔다. 2024년에는 히말라야 원정대를 조직해 해발 4130미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정에 성공해, 적극적인 치료와 재활을 거친 선천성 심장병 환자도 고강도 체력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몸으로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선천성 심장병이 더 이상 희망 없는 진단명이 아니라, 정밀 진단과 시기적절한 치료, 장기 추적 관리를 통해 상당수에서 정상에 가까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지역·병원별 의료 접근성 격차와 희소의료기기 의존도, 보험급여 구조 같은 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 규제 당국이 협력해 기술과 인식, 제도 개선을 병행할 때 선천성 심장질환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첨단 의료기술이 환자들의 일상을 얼마나 바꿔낼 수 있을지, 그리고 정책 지원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