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절경 사이”…부산, 가을에 다시 걷고 싶은 도시
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먼 풍경보다 고요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곳, 도시의 안쪽까지 스며든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산은 예전엔 활기찬 항구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바다와 산, 미식이 한데 어우러진 여행의 일상이 됐다.
가을이면 부산의 해안은 한결 다정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SNS엔 해동용궁사에서 찍은 파도와 절경, 오륙도해맞이공원의 산책 인증이 연이어 올라온다. 고즈넉하게 이어지는 108계단,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바다, 노을이 스며든 다대포해변공장의 모래사장 위를 걷는 이들이 많다. 바다 옆 사찰을 찾은 한 여행객은 “파도 소리에 마음이 비워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해안 산책로와 휴식형 사찰 여행 수요가 2배 이상 늘었다. 미식 역시 빠지지 않는다. 수제로 빚는 만두와 깐풍기로 사랑받는 ‘일품향’처럼, 지역의 깊은 맛을 궁금해하는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바다와 식탁, 걸음과 음식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여행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 속 작은 해방’이라고 부른다. 박지훈 여행칼럼니스트는 “도심 가까운 바다와 절경,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식이 이제 부산 여행의 본질이 됐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계획 없이도 산책로를 걷거나 파도를 바라보며 천천히 머무는 여행이 대세가 됐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해동용궁사의 절벽 위 공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오륙도 앞 산책로에서 받은 바람이 쌓인 피로를 다 씻어줬다”, “일품향 만두랑 간짜장 먹으러 다시 가고 싶다”는 체험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만큼 부산은 휴식과 맛, 자연에 기대고 싶은 마음을 머금게 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이런 여행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산의 바닷바람을 닮은 걷기와 고소한 한 끼의 여유, 그 안에서 우리는 계절을 통과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