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2조 수주에도 주가 제자리…삼성SDI, 외국인 매도에 30만원선 불안
미국발 대규모 수주 소식에도 삼성SDI 주가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SDI는 전 거래일과 같은 30만8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2조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 ESS 배터리 공급 계약 호재가 전해졌지만, 내년 실적 부진 우려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겹치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보합에 머물렀다. 외국인 지분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급 불안도 커지고 있어 향후 주가 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12일 장 마감 기준 삼성SDI는 코스피 시가총액 28위를 기록 중이며,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0만원 초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30만3000원에서 12월 10일 31만7500원까지 완만한 반등을 시도했지만, 단기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저항에 막히며 다시 조정 국면으로 되돌아왔다. 대형 수주 공시가 나온 12일에도 시가 31만원 대비 종가가 낮게 형성되는 약세 캔들로 마감해 상단 매물 부담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눈에 띈다.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9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를 기록하며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7일 24.7 percent였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12월 12일 24.1 percent까지 내려가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12일 하루 동안에도 기관이 5만8000여 주, 외국인이 1만8000여 주를 쏟아내며 동반 매도세를 보였고, 이 같은 수급 공백이 호재성 뉴스에도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와 달리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는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삼성SDI의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0.8배 안팎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4배 이상과 비교할 때 자산가치 대비 할인 폭이 크다. 시가총액도 약 24조8000억원에 달해 코스피 대형주군에 속하지만, 동종 업계 주요 종목 대비 주가 탄력성은 둔화된 상태다. 외국인 비중 자체는 24.08 percent 수준으로 업계 상위권에 속하나, 최근 매도 속도가 빨라진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가를 지지하는 핵심 재료는 북미 ESS 시장 진출 성과다. 삼성SDI는 미주 법인을 통해 2027년부터 3년간 총 2조원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가 삼원계 NCA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 중심의 LFP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내에서 비중국계 각형 배터리 공급원으로 부각되면서,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실적 전망은 단기적으로 수급과 밸류에이션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SDI의 2024년 영업이익은 3633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큰 폭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2025년에는 약 1조68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점쳐지고 있어 투자자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전기차 수요 캐즘 즉 일시적인 수요 정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초기 설비 투자 및 수익성이 낮은 LFP 라인 전환 비용이 겹치면서 실적이 압박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2026년 이후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돼 2025년을 실적 바닥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전략 전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배터리와 기술 초격차를 앞세우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증설과 고부가 제품에 집중해 왔지만, 대규모 LFP ESS 수주를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체질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ESS 시장은 전기차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수요 변동성이 낮아 중장기 실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해당 수주 물량이 2027년 이후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당장 내년과 내후년 실적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공존한다.
단기 주가 전망은 30만원선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삼성SDI 주가가 28만~32만원 사이 좁은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 안착 여부가 추세 전환 신호로 거론된다. 30만원 지지선이 붕괴될 경우 심리적 위축과 함께 28만원대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대로 외국인 수급이 매수 우위로 돌아선다면 PBR 0.8배대 저가 매력이 부각되며 35만원 안팎까지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미 ESS 수주와 LFP 전환이 구조적인 체질 개선과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금리 인하 속도,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중국 배터리사의 가격 공세 등 대외 변수에 따라 2차전지 섹터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년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적자 전환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ESS 대형 수주가 장기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실적과 수급 부담이 맞물리면서 단기 주가 흐름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향후 삼성SDI의 주가 방향은 외국인 수급 회복, 전기차 수요 반등, ESS 시장 성장 속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