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효과 경주에만 머물 수 없다” 경북연구원, 광역 관광전략 제안
관광 성장의 무게추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 속에서 경상북도가 새로운 해법 찾기에 나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경주시의 관광 특수가 특정 지역에만 머무를지, 도 전역으로 확산될지가 정치·행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연구원은 16일 홍순기 박사가 작성한 CEO 브리핑 제739호를 통해 포스트 APEC 경북 관광 설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홍 박사는 경주 APEC 개최 효과를 도내 전역의 지속 가능한 관광 성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경주 단독 관광 구조에서 벗어나 광역 관광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에 따르면 경주 방문객은 수도권 거주자가 약 60%, 영남권 거주자가 약 25%를 차지해 두 권역 의존도가 높았다. 또 경주 숙박객 1만2천354명, 경북 전역 숙박객 3만1천891명의 이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숙박 일수는 1.5일에 불과해 1박 2일 중심의 단기 체류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 숙박객의 도내 이동을 세부적으로 보면 포항으로 이동한 비중이 52.1%로 가장 높았고, 구미 10.8%, 경산 8.3%, 영천 4.8%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타지역 숙박객의 경주 방문 패턴을 보면 포항 숙박객의 65.0%가 경주를 찾는 것으로 분석돼 두 도시 간 양방향 관광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주와 경북 북부권, 경주와 경북 서부권을 잇는 관광 연계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리적 거리, 교통 여건, 연계 관광 상품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특정 축에 관광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홍 박사는 경주 방문객이 포항, 안동, 구미 등 인근 지역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할 경우 APEC 개최 효과가 경주에만 한정돼 경북 전체 관광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홍 박사는 경주 APEC 개최를 전환점으로 삼아 경주에서 경북 전역으로 관광 활력을 확산하기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1단계에서는 포항과 경주를 최우선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해양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결합한 2∼3일 체류형 관광 패키지 개발을 제안했다. 아울러 관광 순환버스와 셔틀을 확대해 이동 편의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2단계에서는 교통 여건 개선과 함께 북부권, 서부권, 대구광역권 등 권역별 특색을 반영한 연계 상품을 개발해 광역 관광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경로 연결을 넘어 각 권역의 산업·문화·생태 자원을 입체적으로 엮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방문객 특성에 맞춘 최적의 광역 관광 루트를 추천하는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더불어 APEC 이후 관광 성과를 빅데이터로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는 APEC 개최를 둘러싼 예산 투입과 인프라 조성이 본격화한 만큼, 경북연구원의 제언을 향후 관광·지역개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광역 교통망 확충과 연계 상품 개발 과제를 놓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국비 확보와 제도 지원 여부가 정책 추진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