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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봉권 띠지 분실 전 과정 들여다본다"…안권섭 특검, 대검 감찰기록 전면 검토 착수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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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을 겨눈 상설특검과 검찰 조직이 관봉권 의혹을 두고 맞붙었다. 서울남부지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관봉권 띠지 분실과 관련해 대검찰청의 감찰 기록이 특별검사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정치권과 법조계 모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권섭 특별검사팀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수사관의 돈다발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작성한 기록 일체를 확보하고 분석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상설특별검사법에 근거한 특검팀의 문서 제출 요구에 따라 이날 해당 감찰 자료를 특검에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권섭 특검팀은 아직 수사관 채용과 사무실 비품 구비 등 조직 정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 6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수사 개시를 선언한 뒤,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대검 감찰 기록부터 확보하며 수사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5천만원어치 한국은행 관봉권을 포함한 현금 다발을 확보했다. 그러나 관봉권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 채,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이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사건을 이송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관봉권을 감싼 띠지와 스티커가 있다. 남부지검은 돈다발 지폐에 부착돼 있던 검수 날짜, 담당자, 부서 등 정보가 기재된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했다. 남부지검은 당시 직원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띠지와 스티커를 잃어버렸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 과정에서 의도적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해당 사안을 보고받은 뒤 진상 파악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고강도 조치를 지시했다. 정 장관은 특히 관봉권 관리 과정 전반에 대한 감찰과 사실관계 재점검을 주문했고,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즉시 감찰에 착수한 뒤 형사 수사로 전환해 관련자 조사와 기록 검토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이후 약 석 달간의 수사를 거쳐 지난 10월 법무부에 결과를 보고했다. 대검은 보고서에서 관봉권 관리 과정에서 실무상의 과실과 부주의는 확인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지휘 라인에서 증거 인멸이나 은폐를 지시한 정황은 없었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성호 장관은 대검 수사 결과와 별개로, 관봉권 띠지 분실과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이송 과정 전체를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 장관은 두 사안 모두 정권과 직결된 의혹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설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법무부는 상설특검 발동을 최종 결정했다.

 

안권섭 특검팀이 대검 감찰 자료까지 확보함에 따라, 특검 수사는 당시 남부지검의 압수수색과 증거 관리 절차,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 대검 감찰과 수사 과정의 적정성 등을 동시에 겨냥할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대검의 과실 판단과 증거 은폐 부정 결론을 정면으로 재검증할 경우, 검찰 내부 수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파장은 확산하고 있다. 여권은 검찰 수사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놓고 또다시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반면 야권은 관봉권 띠지 분실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검이 대검 수사 내용과 남부지검의 증거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법상 상설특검은 수사 대상과 범위, 기간에서 비교적 폭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안권섭 특검팀이 대검 감찰 기록을 토대로 수사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지에 따라 정국의 긴장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사 결과가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과 연동될 경우, 내년 총선과 이후 정국에 미치는 정치적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검팀은 확보한 감찰 자료를 토대로 당시 감찰 담당 검사와 수사관, 남부지검 관계자 등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을 둘러싼 특검과 검찰의 판단 차이가 향후 국회와 정부, 법무부를 비롯한 사정 라인 전반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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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섭특검#정성호법무부장관#서울남부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