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에 심근경색 급증 경고…의료계, 골든타임 대응 강조
겨울 한파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끌어올리면서 응급 심장치료 체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 관상동맥에 부담이 커진다. 의료계는 가슴 통증이 20분에서 30분 이상 이어질 경우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최대한 빠르게 심장혈관 중재술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전도와 혈액검사, 스텐트 시술, 에크모 등 의료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실제 생존율을 가르는 변수는 여전히 환자와 구조체계가 골든타임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해당 부위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응급질환이다. 혈류 차단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근육 손상이 심해져 장기적인 심장 기능 회복이 어려워진다. 특히 겨울철에는 활동량 감소로 체중과 혈압이 오르고, 짜고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며, 감기나 독감 같은 감염으로 전신 염증 반응이 증가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정소담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 계절 요인이 심장혈관에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가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 교수는 가슴 통증과 숨이 차는 증상이 20분에서 30분 이상 이어질 경우 스스로 호전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지체 없이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받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심장이 망가지는 속도에 비해 환자 스스로 자각하고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임상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심근경색의 대표 전조증상은 흉부 중앙에서 발생하는 20분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다. 환자들은 이 통증을 가슴을 죄어오는 느낌, 무거운 돌이 누르는 압박감, 타는 듯한 작열감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왼쪽 어깨와 팔, 목, 턱, 등으로 번져 가거나 식은땀과 메스꺼움, 숨이 차는 호흡곤란이 함께 나타나면 심근경색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당뇨병 환자나 고령층에서는 전형적인 통증 없이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정도로 느끼는 이른바 무통성 심근경색도 있어, 고위험군의 경우 사소한 증상 변화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의료계는 조언한다.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가장 먼저 전문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구조 단계에서의 지연은 관상동맥 재개통 시점을 늦추고, 심장근육의 비가역적 손상을 키울 수 있다. 의료진은 심근경색이 돌연사의 대표 원인 가운데 하나지만 전조증상을 숙지하고 골든타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고 강조한다. 국민 인식과 응급이송 체계, 병원 내 심장진료 프로토콜이 연결될수록 생존율과 장기 예후 모두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는 신속한 진단과 중재 시술이 이어진다. 표준적인 프로세스는 심전도 검사와 심근 효소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검사로 시작된다. 관상동맥이 실제로 막힌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되면, 막힌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고 금속 메쉬 구조물인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를 회복하는 관상동맥 중재술이 진행된다. 이 시술은 심혈관조영실에서 카테터를 이용해 시행되며, 환자의 생명과 이후 심장 기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단계로 여겨진다.
상태가 더 악화된 환자의 경우에는 기계 순환 보조 시스템이 동원된다. 심장성 쇼크나 심정지 상태로 내원하면 의료진은 에크모로 불리는 체외막형산소화 기술과 인공호흡기, 혈압 보조 약물 등을 조합해 심장과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하도록 한다. 에크모는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뒤 다시 몸으로 되돌려 보내는 장비로, 심장과 폐의 부담을 줄여 심장근육 회복과 추가 치료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계 보조 기술의 발전은 과거 같으면 생존이 어려웠던 고위험 심근경색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응급 의료기술과 장비 고도화만으로 심근경색 부담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발병률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평소 혈관 건강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우선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심근경색의 주요 위험인자인 만큼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처방받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순응도가 떨어지면 혈관 손상이 빠르게 진행돼 겨울철 같은 외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생활습관 측면에서는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 유지를 통해 심혈관 부담을 줄여야 한다. 흡연은 관상동맥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혈소판 응집을 촉진해 혈전을 잘 생기게 하므로, 특히 기온이 낮을 때는 혈관 수축과 맞물려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식단은 염분과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생선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권장된다. 혈관 내 염증과 콜레스테롤 축적을 줄이는 식습관이 장기적인 심근경색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철 감염 관리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독감 등 호흡기 감염성 질환은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해 불안정한 죽상판이 파열되거나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령자와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의 경우 예방접종과 손 위생,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심근경색 위험을 낮추는 간접적인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
운동은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대표적인 비약물 처방으로 꼽히지만, 겨울철에는 방식과 강도를 더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주 3회에서 5회 정도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한파나 폭설이 내리는 새벽 시간대에 갑자기 격한 운동을 시작하는 행태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찬 공기 속 급격한 운동은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을 동시에 불러 심근경색 촉발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가족력 등 전형적인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은 정기적인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료계에서는 국가건강검진과 같은 기본 제도 위에, 개인 맞춤 심혈관 위험 평가와 예방 프로그램을 얹는 방식의 정밀의료가 확산될 경우 계절 요인에 따른 심근경색 사망을 줄일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 일각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심혈관 관리에 접목해, 갑작스러운 생체신호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파가 반복되는 겨울철마다 심근경색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자 개인의 자각 증상 대응과 함께 응급의료 체계, 예방 중심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전도와 중재술, 에크모 같은 첨단 의료기술이 뒷받침되고 있음에도, 산업계와 의료계, 정책 당국이 골든타임 확보와 위험요인 관리에 얼마나 협력하느냐가 심혈관 질환 부담을 줄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겨울 심근경색 경고가 실제 예방과 치료 체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