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전제의 기소”…건진법사 금품수수 관여 혐의 前변호인 첫 공판서 혐의 전면 부인
정권 핵심 인사와의 친분을 앞세운 청탁·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김건희 특별검사팀과 피고인 측이 정면 충돌했다.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 관련 로비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변호인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공방이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김모씨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씨는 전성배씨가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로 불린 사건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변호인으로 활동했다가,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입건되자 변호인 역할을 내려놓았다.

특검팀은 법정에서 사건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성배는 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김건희 여사 및 정치인과의 친분과 인맥을 과시해 인사·공천·사건 청탁을 받았고, 피고인은 전씨의 법률 조력인으로 각종 사건을 도맡았다"고 했다. 이어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전씨가 콘텐츠 기업 콘랩컴퍼니의 각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금을 받는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씨는 콘랩컴퍼니와 명목상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660만원의 자문료를 수령했다. 특검팀은 "김씨는 콘랩컴퍼니와 명목상 자문 계약을 체결한 뒤 월 660만원을 받고, 이 중 일부를 전씨 오피스텔비로 대납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은 변호사 청탁 관련으로 중대 부패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김씨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의 전제가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전성배를 수사하다가 피고인이 전성배나 주변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 나아가서 전성배의 전 변호인인 것으로 봐서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잘못된 전제하에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용된 혐의와 관련해 "자문료를 받아서 자문했고 모든 게 정상적인데 전성배를 위해 사용했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기소"라고 맞섰다.
공소장에 적시된 구체적 청탁 정황도 법정에서 소개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콘랩컴퍼니 대표 A씨는 2022년 7월 자사 행사에 고위 공무원이나 유력 인사를 초대해 달라고 전성배씨에게 부탁했다. 전씨는 라이언 홀리데이 인 부산 사업 개막식에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과 부산시 부시장 등이 참석하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윤한홍 의원이 축사를 보내도록 돕는 방식으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씨는 같은 해 8월부터 11월 사이 A씨에게 "의왕시에 백운호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검토해보라"고 권유하며 김성제 의왕시장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씨는 자신이 들어준 부탁의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고, A씨가 김씨와 허위 자문 계약을 맺어 매월 용역 대금을 지급한 뒤 김씨가 이 돈을 다시 전씨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전씨와 공모해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총 1억6천700만원을 수수하는 구조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에게는 또 다른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작년 5월 자신이 수임한 형사 사건에서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에게 지인 변호사를 소개하고, 그 대가로 2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를 변호사 직무와 관련한 금품수수로 보고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날 공방을 들은 뒤 주요 관련 인물을 증인으로 불러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성배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김씨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전씨는 향후 법정에 출석해 당시 자문 계약과 금품 흐름, 각종 청탁 정황 등을 놓고 진술할 예정이다. 콘랩컴퍼니 대표 A씨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속행 공판을 열어 서류증거 조사를 마무리한 뒤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전성배씨와 콘랩컴퍼니 측 증언에 따라 특검의 청탁·금품수수 구조 입증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커,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