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극단세력 퍼뜨린 증오 심각"…문재인, 이석연에 국민통합 역할 주문

이도윤 기자
입력

정치권의 극단적 갈등을 둘러싼 우려와 해법을 놓고 전직 대통령과 현 정부 국민통합 기구 수장이 마주 앉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국민통합의 방향을 두고 의견을 나누면서, 여야와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메시지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예방 온 이 위원장을 만나 "극단적 세력이 퍼뜨리는 증오와 분열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친 이후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을 겨냥해 "통합으로부터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치권의 상호 책임을 강조하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정치 진영 간에 함께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을 향해 "어느 때보다 국민통합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국민통합 메시지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중재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석연 위원장은 최근 정치 상황을 두고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이념에 따른 편 가르기 등 대립과 갈등이 더욱 심해져서 걱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 통합을 위해선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통합의 원칙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통합 전략과 관련해 "이념적 지향이 다른 국민도 동의할 수 있도록 헌법적 원칙과 가치에 기반해 소통하고 갈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헌법 가치에 기반한 비정파적 접근과 현장 소통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에 대해 "퇴임 후 귀향해 책을 읽고 이를 추천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이 사회적 귀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언제든 국민 통합을 위한 값진 조언을 해주면 무겁게 받들겠다"고 말하며 원로 정치인으로서 문 전 대통령의 조언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책을 매개로 한 소통도 이어갔다. 국민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인 책이라는 밥, 사마천 사기 산책을 문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문 전 대통령은 명화에 담긴 인권 이야기를 소개한 사람이 사는 미술관과 자신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추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석연 위원장은 취임 후 전직 대통령과 국가 원로, 종교 지도자 등을 차례로 만나 국민 통합에 관한 조언을 듣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예방도 이 같은 행보의 연장선으로, 여야 진영을 넘는 의견 수렴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이어 이 위원장은 경남 양산 인근 통도사를 찾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와도 만났다. 그는 성파스님에게 "불교계가 계엄과 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상처 입은 국민 마음을 보듬어 주고 화합하는 데 나서 달라"고 요청하며 종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성파스님은 "사람마다 자기만이 옳다고 강하게 주장하다 보니 통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자 길을 가되 남의 길을 해치지 않고 서로 어울려 함께 가야 한다"고 제언하며 상호 존중과 공존을 통합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부산시청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나 국민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전직 대통령, 종교계, 지방자치단체를 차례로 찾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지역사회 전반으로 통합 논의가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며 누적된 진영 갈등이 여전히 여론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통합위원회의 대화 행보와 통합 메시지가 향후 국정 운영과 정당 정치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통합 과제를 향후 주요 국정 의제로 다루며 추가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이도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문재인#이석연#국민통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