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칩으로 엔비디아 의존 줄인다”…구글·아마존 승부수에 오픈AI ‘코드 레드’ 경보
현지시각 기준 2일, 미국(USA)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인공지능(AI) 칩과 차세대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며 엔비디아(NVIDIA) 중심의 AI 칩 시장과 오픈AI 주도의 모델 경쟁 구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오픈AI는 내부에 ‘코드 레드’까지 발령하며 챗GPT 고도화에 총력전을 예고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칩 시장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80∼90%에 이르는 점유율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구글(Google)과 아마존(Amazon)이 수년간 개발해온 자체 칩을 고성능 AI 모델과 결합해 전면에 내세우면서, 업계에서는 ‘탈엔비디아’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AI 모델 경쟁에서도 구글, 앤스로픽(Anthropic),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잇달아 상위 모델을 발표해 오픈AI의 지배적 위상에 도전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Gemini 3)’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제미나이3가 추론 성능과 코딩 능력 등에서 오픈AI의 최신 모델 ‘챗GPT 5.1’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일부에서 내놓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제미나이3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 GPU 대신 구글의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Ironwood)’를 사용한 점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은 10여 년 전부터 AI 전용 칩인 TPU 시리즈를 자체 설계해왔고, 이번 7세대 제품까지 이어지면서 외부 GPU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검색엔진 1위 사업자인 구글이 제미나이3와 TPU를 앞세워 오픈AI·엔비디아 중심의 AI 생태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메타플랫폼(Meta Platforms)도 구글의 TPU를 대규모로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메타플랫폼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TPU 구매를 논의하고 있어, 주요 빅테크 사이에서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픈AI의 경쟁사로 꼽히는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앤스로픽은 구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T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본격 활용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구글이 제공하는 TPU 100만개를 탑재한 클라우드 이용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구글 TPU 생태계를 축으로 한 경쟁 구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구글에 이어 아마존도 AI 전용 칩으로 엔비디아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클라우드컴퓨팅 콘퍼런스에서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3(Trn3)’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AWS는 트레이니엄3를 사용하면 엔비디아 GPU를 활용할 때와 비교해 AI 모델 훈련과 운영 비용을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AWS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트레이니엄3가 성능 대비 전력 효율성, 이른바 전성비를 크게 개선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추론 특화 칩 ‘인퍼런시아(Inf1·Inf2)’와 ‘트레이니엄1·2’를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3세대 칩 출시로 자체 칩 라인업을 강화해 AI 인프라 비용과 에너지 소비 절감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엔비디아 GPU의 높은 인기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지만,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는 오랜 기간 자체 칩 개발에 투자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들 자체 칩이 엔비디아 GPU 수요를 당장 대체하기보다는, 전체 AI 가속기 시장의 연산·메모리 수요를 키우는 추가 수요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과, 장기적으로는 특정 워크로드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한다.
한편 AI 모델 경쟁 심화 속에서 오픈AI는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사내에 ‘코드 레드’(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챗GPT 성능 개선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에서 챗GPT 고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고, 다른 서비스 출시를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트먼 CEO는 챗GPT 개선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매일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구글과 앤스로픽, 딥시크 등 경쟁사가 잇달아 고성능 모델을 내놓는 가운데, 챗GPT의 기술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경쟁사들은 상위 모델을 연속적으로 발표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구글이 제미나이3를 공개한 데 이어 앤스로픽은 최상위 AI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Opus)’의 최신 버전 ‘클로드 오퍼스4.5’를 선보였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모은 데 이어, 지난 1일 최신 버전 ‘딥시크 V3.2’와 고연산 특화 모델 ‘딥시크 V3.2-스페치알레(speciale)’를 공식 출시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난달 19일 ‘오픈AI의 지배적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에서,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오픈AI가 AI 업계의 기준점으로 군림해왔지만 최근 들어 그 지배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매체들은 구글과 앤스로픽, 중국계 스타트업의 약진을 계기로 AI 패권 구도가 다극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오픈AI를 중심으로 형성된 빅테크 간 투자·협력 구조, 이른바 ‘순환 거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픈AI에 투자한 빅테크가 AI 칩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서로 공급·구매하는 구조가 AI 관련 기업 가치와 투자 규모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조가 AI 거품 논란을 자극해 향후 조정 국면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엔비디아 역시 빅테크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5일 SNS 플랫폼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자사 칩이 경쟁사 제품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고 주장하며 구글을 견제했다. 엔비디아는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 출시를 언급하며 “구글의 성공에 기쁘다.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우리는 계속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해,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관계를 드러냈다.
아마존웹서비스도 트레이니엄3 이후 후속 제품에 엔비디아의 칩 간 고속 연결 기술 ‘NV링크(NVLink)’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자체 칩으로 엔비디아를 견제하면서도, 고객 수요와 성능을 고려해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유지하겠다는 복합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빅테크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 TPU와 아마존 트레이니엄 등 자체 칩이 엔비디아 GPU 시장을 직접 잠식하기보다는, 다양한 연산 수요를 창출해 전체 AI 인프라 투자를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특정 규모 이상의 빅테크가 자체 칩을 보유하는 것이 표준이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가격 협상력과 시장 지배력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칩과 모델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빅테크의 자체 칩 도입이 엔비디아 실적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형성할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오픈AI의 ‘코드 레드’ 대응이 챗GPT의 기술 경쟁력 유지와 시장 지위 방어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그리고 다극화되는 AI 패권 구도가 향후 국제 기술 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