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국가대표도 진단한다”…스포츠 분석 기술, 부상 리스크와 몸값 고민 읽는다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선수 부상 위험과 몸값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정량적으로 읽어내는 스포츠 AI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구단들은 이미 투구 폼과 슬라이딩 동작을 초당 수백 프레임으로 촬영해 관절 부하를 계산하고, 경기별 심박수와 가속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선수의 소극적 플레이와 과부하 구간을 가려낸다. 데이터 기반으로 대표팀과 소속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스포츠 AI가 선수 기량뿐 아니라 부상 리스크와 동기 구조까지 수치로 보여주며, 국가대표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포츠 AI의 핵심은 두 가지 데이터 축이다. 첫째는 동작 캡처와 영상 분석을 통한 바이오메카닉스 데이터, 둘째는 경기·훈련 중 웨어러블 센서로 수집하는 생체·움직임 데이터다. 투수의 경우 어깨와 팔꿈치에 전달되는 토크와 회전 가속도를 3차원으로 추정해, 특정 구종이나 릴리스 포인트에서 부상이 집중되는 지점을 찾아낸다. 내야수와 주자는 슬라이딩 각도, 무릎 굽힘 정도, 지면 반력 변화를 프레임 단위로 측정해 ‘몸을 사리는’ 패턴과 ‘과감한 진입’을 구분할 수 있다. 기존에는 경험 있는 코치의 눈에 의존하던 영역을, AI가 수천 경기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화한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부상 예측 모델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선수별 과거 부상 이력, 포지션, 체구, 시즌 중 누적 투구 수나 주루 거리, 회복 기간, 수면 패턴 등 변수를 통합해 향후 몇 주 내 부상 발생 확률을 추정한다. 글로벌 연구에서는 인체 센서 데이터와 경기 로그를 결합한 모델이 기존 코칭 스태프의 주관적 판단 대비 2배 이상 높은 정확도로 피로 누적 구간을 탐지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대표팀 합류 전후의 상태 변화, 국제대회 일정이 선수 몸에 미치는 부담을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소속 구단과의 갈등 완화에도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스포츠 AI는 이미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북미와 일본의 프로야구 구단 상당수는 경기장 내 고성능 카메라 시스템과 레이더 센서, 웨어러블 기기를 기본 장비로 채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 교체와 수비 위치 선정, 심지어 특정 대회 출전 여부까지 데이터 분석팀의 리포트를 참고해 결정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투구 메커니즘이나 주루 시 관절 부하를 수치로 확인하고, 계약 협상 때 몸값 산정의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 한국에서도 일부 구단이 트래킹 시스템과 인체 분석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대표팀 수준에서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는 아직 없다.
부상 리스크와 경제적 이해관계는 대표팀 운영에서 핵심 변수다. 스포츠 AI는 이 지점을 ‘수학 문제’로 바꾸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특정 투수가 국제대회에서 연속 이틀 등판할 경우, 향후 6개월간 팔꿈치 손상 확률이 몇 퍼센트까지 높아지는지, 그에 따른 기대 FA 계약 규모 감소가 얼마인지 추정하는 식이다. 선수 본인뿐 아니라 소속 구단, 리그 사무국, 국가대표 운영 주체가 공유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형성되면, 대표팀 차원의 보험 설계나 출전 보상 체계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감각적으로 논의되던 ‘몸값 때문에 몸을 사린다’는 문제를,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문제로 재구성하는 셈이다.
글로벌 비교에서 한국은 기술·제도 모두 과도기에 있다. 미국과 유럽은 프로·아마추어를 아우르는 선수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청소년기부터 누적된 부상 이력과 운동량 데이터를 관리한다. 일부 국가는 청소년 대표팀 소집 단계부터 관절 스트레스 지수를 의무 측정해 과도한 등판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 정보 규제, 데이터 소유권 문제로 인해 선수의 장기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데 제약이 크다. 만약 국가대표 레벨에서 인체·경기 데이터를 통합 수집하려면, 누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책적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의료 관련 법규가 스포츠 바이오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규정하는 핵심 틀이다. 심박수, 수면 패턴, 관절 부상 이력 등은 의료 정보에 가까운 민감 정보이기 때문에, 수집 목적과 보관 기간, 제3자 제공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데이터가 선수에게도 실질적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에서 쌓인 인체 데이터로 부상 위험이 낮아졌다면, 그 효과를 계약 협상 시 반영하거나, 데이터 제공 대가를 선수 복지와 교육 프로그램에 재투자하는 방식도 논의된다. 스포츠 AI가 새로운 감시 도구가 아니라, 선수 보호 기술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전제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포츠 AI가 단순히 성적 향상을 넘어 국가대표 운영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면 군 복무 여부나 FA 일정 같은 외부 요인까지 모델에 포함해, 대표팀 선발과 활용 전략을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정 국제대회에서 군 미필 선수 위주의 스쿼드 전략을 택했을 때와, 베테랑 중심 스쿼드를 구성했을 때의 장기 리그 영향과 부상 비용, 흥행 효과를 동시에 계산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는 결국 국가대표 운영에서도 데이터와 기술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느냐가, 선수 보호와 팬 신뢰, 스포츠 비즈니스 성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