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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대상이 감사관" 국방부 셀프 감사 의혹 제기…정성호 장관 책임론 거세져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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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대상과 감사 기구를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이 법무·국방 라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조 운영 관여 의혹을 받는 국방부 조사본부 인원들이 되레 계엄 관련 감사 실무를 맡고 있다는 제보가 등장하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책임론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제보 전문 서비스 제보팀장은 국방부를 둘러싼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수사관 10여 명이 국방부 감사관실이 꾸린 계엄 관련 진상조사 팀에 검증 지원 명목으로 파견돼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는 2025년 12월 1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연합뉴스)

제보자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주장했다. 그는 "계엄 당시 방첩사의 요청으로 정치인 체포 명단을 작성하고 영창을 준비했던 조사본부 인원들이, 계엄 해제 후에는 감사팀의 일원이 돼 관련 기록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제보팀장은 전했다. 계엄 관련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인원들이 이후 감사 조직에 합류해 자료 검증 과정에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취지다.

 

또 다른 내용도 담겼다. 제보에는 "파견된 인원들이 내부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 논리를 마련하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선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우려가 포함됐다. 감사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수사 대상과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면, 증거 인멸이나 조사 왜곡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보팀장은 이러한 구조가 감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이해충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보팀장은 현재 제보자의 신원과 물증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보 진위는 향후 수사와 추가 검증을 통해 가려져야 하는 단계다. 그럼에도 정치·법조권에서는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 대상이 감사 주체로 활동하는 이른바 셀프 감사 구조가 방치됐다는 점에서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쏠리고 있다. 정 장관은 군과 검찰, 감사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사정 라인의 주무 장관으로 평가된다. 계엄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가 감사관으로 참여하는 기형적 구조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제척 원칙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가장 기초적인 감사 원칙인 제척·회피가 지켜지지 않은 채 조사가 진행됐다면,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장관이 이를 몰랐다면 무능했다는 비판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사태 해결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며 어느 쪽이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 절차의 정당성이 흔들릴 경우, 계엄 사태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국방부는 같은 날 국방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키고 계엄 사태 관련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특수본 가동으로 군내 관련 의혹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제보팀장을 통해 제기된 것처럼 초기 감사 단계부터 조사 대상자가 개입해 증거를 선별하거나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특수본 수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향후 특수본이 조사본부 인력의 계엄 연루 여부와 감사 참여 경위를 어디까지 규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사와 수사가 같은 조직 문화와 인력을 공유한 상태라면, 책임 소재 규명과 제도 개선 논의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회의론도 뒤따른다.

 

정치권에서는 계엄 사태 진상 규명과 관련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청문회 요구가 재점화될 수도 있어,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될 여지도 크다. 계엄 관련 지휘라인과 군 사법 시스템 전반을 겨냥한 대대적 재정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보 내용의 진위는 향후 수사와 감사 과정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셀프 감사 논란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정성호 장관의 리더십과 사법 정의 구현 의지는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방부와 법무부가 추가 입장을 내놓고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할지, 국회가 별도 조사 절차에 착수할지에 따라 향후 정국의 방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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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법무부장관#국방부조사본부#제보팀장